제113회 기획보도부문_죽음도 하청인가요 연속기획_SBS 강청완 기자

유전무사(有錢無死), 무전유사(無錢有死)?
 
5년 전 일이다.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 공사현장으로 불어난 한강물이 들이닥치면서 인부 7명이 수몰됐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건팀 막내로 현장을 지켰다.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뛰어다니기 바빴던 그 와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현장에 와있던 유가족의 남루한 옷차림이다. 현장 한 켠에 마련된 컨테이너에 모인 유가족들은 대체로 궁핍해보였고, 희생자는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사고만 나면, 하청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 혹시나 하면 역시나였다. 건설현장이든, 조선소든, 제철공장이든 주요 산업 재해 희생자는 대부분 하청노동자였다. 사고는 예상치 않게 일어난다는데 왜 꼭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더 적은 돈을 받고, 더 작은 회사에 다니며,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더 낮은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오랫동안 품던 궁금증과 문제의식을 풀어보고 싶었다.
 
사고만 나면 하청오랜 문제의식
하청노동 문제는 간단치 않은 주제였다.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이슈이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며칠을 끙끙대고 고민했다. 우선 최근 일어난 사고부터 하나하나 천착해 들어가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사고에는 그마다의 사연과 구조적 원인이 반드시 있었다. 안전 설비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권한조차 없이 주어진 일만 하다 사고가 난 경우가 있었고 서류에 기재된 것보다 적은 인원이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거미줄 하청구조가 사고를 낳기도 했다.
개별 사례를 짚은 뒤에는 이런 사고를 양산하는 노동계의 관행과 구조를 짚으려고 노력했다. 단가 후려치기, 산재 은폐와 축소, 근로감독 전 말맞추기 등을 지적한 보도가 나가면서 노동계의 제보도 잇따랐다. 조선소나 건설현장 등 접근이 쉽지 않은 현장의 영상과 사진은 현장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당초 기획보다 불어난 10편의 리포트로 기획을 완성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돌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방송용 싱크 몇 줄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팩트를 건지기 위해 몇 시간씩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취재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데스크에도 이 기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有錢無死, 無錢有死 (유전무사, 무전유사)
유전무사, 무전유사라는 다소 거친 제목을 달았지만 이런 죽음의 외주화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엄연한 현실이다. 보도가 나가면서 여기저기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 사람은 취재진인데, 현장에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그만큼 기사에 목말랐다는 말로 들려 조금은 씁쓸했고, 한편으론 이런 기사 계속 써보자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