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2020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기획보도부문 수상작 〈농산물 가격의 비밀, 도매시장의 수상한 거래〉

제12회 2020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기획보도부문 수상작

〈농산물 가격의 비밀, 도매시장의 수상한 거래〉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

KBS광주 김효신 기자

 

#1 농촌 들녘에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풍년이다. 잠시 뒤 굉음을 내며 등장한 트랙터, 순식간에 잘 자란 벼를 갈아엎는다.
#2 뉴스에서는 올해 풍년이 들어 농산물 가격이 헐값이라고 연일 보도한다. 소비자들은 올해 농산물 가격이 좀 내려갈까 장보기에 나서지만, 지난해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은 것 같다.

대표적인 농도인 광주·전남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농업 분야만 7년을 출입했는데도 무식해서(?) 또는 무심해서 외면해왔던 현실이었다. 꿈에 그리던 ‘탐사팀’ 발령을 명받고 ‘농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은 시간이 없다, 재미가 없다, 잘 모른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농업 분야’를 더 이상 모른체 할 수 없었다. 언론인들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소외당하는 농민들. ‘그들의 어려움을 하나라도 해소해줄 수 있다면’하는 마음에 시작한 보도가 1년 동안 계속됐다.

취재하며 가장 괴로웠던 부분은 잘 안 다고 생각했던 ‘도매시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농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은 1977년 처음으로 제정된 이래 지난해까지 56번이나 개정되면서 누더기가 돼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경매하는 ‘기록 상장’, 허위경매는 불법이었지만 시행령에는 처벌 규정이 삭제돼 있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불법은 명백한데 처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취재를 하면서도 이 상황이 불법인지 가늠하기 위해 법전을 뒤적여도 ‘법▶시행령▶시행규칙▶법’으로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농안법 전문 교수진과 회계사, 변호사, 언론학자로 자문단을 꾸렸다. 회계사에게는 도매법인들의 ‘수익 구조’ 분석을 부탁했고, 농안법 전문 교수진에겐 현장에서 맞닥뜨린 현상에 관한 법적인 자문을 구했다. 언론학자에겐 도매법인들이 광고비를 집행한 농민 단체들이 소유하거나 운영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의 논조 분석을 맡겼다. 이런 전문가 집단의 참여와 기자의 잠입취재가 더해져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다.

이번 취재를 하는 동안 단 한 가지 목표만 머리에 심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 구조를 ‘산지에서부터 소비자까지’ 그리고 ‘정책 입안자에서 실행자까지’ 낱낱이 보여주자. 우리가 관심이 없어서, 몰라서 외면했던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현실을 눈앞에 그리듯 보여주자. 그래서 사각지대에 있던 농산물 유통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자.”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서인지 농식품부는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고,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거칠게 제작된 다큐에 이런 큰 상을 주신 방송기자연합회 선배들과 심사위원단에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성실한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