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2019 한국방송기자대상

3.1운동 100주년 특집 ‘3.1운동 만세지도’

2018년 가을이었다. 3년 전(2015년) 3.1운동 특집 취재를 마치고 데이터저널리즘팀으로 발령받은 동료 기자가 간간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3.1운동 특집에 담지 못했던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였다. 마침 3.1운동 100년을 앞 둔 시기였고 한번 제작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일반 취재부서 보다는 데이터저널리즘팀에 적합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실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2018년 10월이었으니 이듬해 3.1일까지는 5개월 정도 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3.1운동 전반의 내용을 다수의 심층 기획 기사들과 과거 영상 기록들, 인터랙티브 서비스 등으로 구성한 디지털공간을 마련해보자는 프로젝트였다. 기획단계에서 부터 담고자 하는 내용의 방대함과 표현형식의 다양함으로 인해 이미 인적, 물적 리소스의 제약과 시간의 압박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특히 오래된 사료에 담겨진 100여 년 전의 만세운동 하나하나를 시위의 내용(사건데이터)과 장소(지도데이터), 참여인물들(인물데이터)로 자세히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획은 아무리 데이터를 다룸에 있어 능숙한 팀이지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시도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사료에 기록된 사건을 정리하려고 하면 능히 한자를 읽어낼 줄 알아야했으며, 그 내용을 확인하고자 하면 그 시대의 지명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사적인 이해를 요구했다. 또 남겨진 기록의 모호함과 함께 잘못 기록되어진 내용들을 대조해가며 정리해나가는 지난한 작업들이 이어졌다. 사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는 것은 단순히 엑셀로 담아내는 작업이 아니다. 텍스트로 부터 추려낸 사실 하나하나를 분류체계로 구별해내고 또 다시 그 자료의 높고 낮음으로 계층화 해내는 작업이다. 반복되는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그 틀을 갖춰나갔다.

정리된 데이터를 디지털 공간으로 담아내는 작업 또한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모바일 공간에서 지도를 사용해 정보를 담아내고자 했던 시도들은 무한할 것 같았던 디지털 공간의 협소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아내야했다.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에 맞추다보니 외부에 위탁해야할 부분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야 했고 휴일에도 쉼 없이 제작을 해야 했다. 계속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 지쳐 정리한 데이터를 덮어써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망연자실하기도 하며 제작은 계속 이어져갔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기간을 연장해가며 자료 수집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애써준 자료조사원분들, 과거 영상 자료의 편집과 자막제작 등 영상제작에 도움을 준 동료들, 제작여건의 열악함을 함께 나눠 짊어진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 제작진의 컨설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보훈처와 국토지리정보원, 독립기념관 등 관련 기관의 도움 역시 컸다.

 

3.1운동 100년,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다
그리고 만세운동지도 위에 처음으로 데이터가 뿌려지던 순간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지도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들풀처럼 일어났던 만세운동의 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 동네에서도 100년 전 3.1운동의 뜨거운 함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영상 속에선 3.1운동에 참여했던 실존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시청자 분들과 함께 ‘3.1운동 100년,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다’ 특집 페이지에서 나눌 수 있었다.

‘독립운동사(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1972년) 2,3권’ 및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독립기념관, 2009년)’에 실린 3.1운동 내용 약 2,500쪽을 정리, 분석하여 2,300여 건의 사건과 9,300여 명의 인물이 담긴 데이터 세트를 만들었으며, 3.1운동 100년 특집 인터넷 사이트에서 누구든지 다운로드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또한 3.1운동 당시 조선총독부와 헌병대사령부가 만세 시위 도중 숨진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적은 ‘사망자 연명부’를 작성한 사실이 있음을 사상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3.1운동 100년 특집 사이트는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미완의 작품으로 남겨진다. 사료에 제대로 기록되어지지 못하고 또 잘못 기록되어진 역사의 조각들은 언젠가는 풀어야할 숙제처럼 남겨져 있다. 조선총독부와 헌병대사령부가 작성한 ‘사망자 연명부’ 또한 현재 미발굴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기간 우리들의 열정적인 노력들이 3.1운동과 관련한 연구 및 디지털 세대의 3.1운동 교육 자료로서 도움이 되리란 기대를 가져본다.

문득 또다시 이런 기획을 한다면 팀원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수상의 영광을 프로젝트에 참석하셨던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3.1운동 100년 특집 사이트 : http://samil-100.kbs.co.kr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정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