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2019 한국방송기자대상

정부 잘못으로 미지급된 청약 이자가 수천억

지난해 4월 취재원을 통해 이런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정부가 2006년부터 6년간 청약저축 관련 부칙을 어기고 가입자에게 이자를 적게 줬다, 한 가입자가 문제제기 했는데도 환급은커녕 대형 로펌을 동원해 소송으로 대응했다.” 상식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울 법한 일이었습니다. 오래된 일이라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가야 했습니다. 당시 청약저축 판매를 담당했던 은행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문제의 판결문을 구해 읽었습니다. 국토부가 이자 과소지급 사태를 은폐하라고 은행에 지시를 내렸다는 내부자의 증언, 그 정황을 보여주는 판결문은 있었지만, 증명할만한 결정적 ‘한방’이 없었습니다. 기사를 쓰려면 증거가 더 필요했습니다. 은행, 국토부와 단돈 ‘135만 원’을 가지고 싸웠다는 가입자를 직접 만나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은행 직원 등은 그 가입자의 연락처나 주소를 알지 못했습니다. 조각 조각의 정보를 토대로 지역 일대를 더듬어 탐문 취재를 벌인 끝에 소송을 제기했던 가입자의 행방을 마침내 찾아냈습니다. 다행히 가입자는 억울한 그때의 심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소송서류도 흔쾌히 제공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취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수천장 짜리 소송기록에는 국토부가 부칙을 잘못 만들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진술서,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국익’ 운운하며 가입자를 ‘세금 도둑질’ 한다고 맹비난하는 국토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검사,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서류 내용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한 결과, 국토부 잘못이 명백하고 국토부가 일반 가입자를 상대로 심각한 권력 남용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이후 일주일에 걸쳐 ‘청약이자 과소지급 사태’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국익으로 포장된 조직의 보신

이슈취재 팀은 보도의 ‘실익’에 대해 오래 고민했습니다. 취재 결과 가입자들이 돈을 일괄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았습니다. 가입자마다 가입 기간과 청약 해지 시점의 상황이 달라 개별 소송으로 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한 법무법인이 집단 소송 모집에 나섰고, 해당 기간에 청약을 해지한 가입자 30여 명이 모여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국토부의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개별가입자마다 상황이 다르다면 이 보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소액재판을 전담하는 원로법관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한 변호사의 말입니다. “정부가 법규를 잘못 만들어 일반 국민과 소액으로 법정 다툼을 하는 사건을 여러 번 심리했다. 문언상 잘못이 명백하고 소액이라 조정에 넘기려 하면 정부 측이 거부했는데, 잘못을 인정하면 국익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소송이 길어지면 지치는 건 원고(일반 국민) 쪽이다.”

 

국민은 자신의 일상을 규율하는 원칙인 정부의 법 규정이 올바르고 일관되기를 기대합니다. 제정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이를 은폐하기보다 사과하고 바로잡기를 기대합니다. 원칙이 국가기관 스스로에게도, 국민에게도 엄정하게 지켜질 때 우리 사회에는 비로소 신뢰라는 자본이 쌓이게 될 겁니다. 그 신뢰를 훼손시키며, 드러나지 않은 잘못은 잘못이 아니라는 식의 정부 태도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유사한 일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습니다. 이슈취재 팀의 이런 고민을 평가해주신 거로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BS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