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2019 한국방송기자대상 <밀정 2부작>

고문서 5만 여장 발굴 추적 끝에 탄생한 <밀정 2부작>

지난해는 3·1 운동 및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습니다. KBS도 특별기획 아이템을 1년 전부터 공모했습니다. 취재진이 선택한 주제는 ‘밀정’이었습니다. 이미 알려진 친일파를 다루는 것보다 영화 ‘밀정’으로 대중에게 친숙할 뿐 아니라 은밀히 암약하는 밀정의 속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관련 논문이 몇 편 없을 정도로 학계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는 점에서 취재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가장 경계하고, 척살해야 할 대상으로 꼽은 첫 번째는 늘 밀정이었습니다. 친일파와 달리 밀정은 조국을 등졌을 뿐 아니라 옆에 있는 동지를 팔아먹고, 무엇보다 민족을 안에서부터 분열시켰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악랄하다고 평가받습니다. 자칫 100주년에 어두운 부문만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제가 밀정을 어떻게 육성해 독립운동 진영에 침투시켰는지 보여준다면, 이를 이겨낸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정신을 더욱 깊게 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각조각 흩어진 밀정의 흔적… 고문서 5만 장 입수
일본 방위성, 국회도서관 등 관련 기관을 수없이 방문해 자료를 최대한 모았습니다. 애초 취재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밀정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문서에는 대부분 밀정 이름이 나와 있지 않거나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소위 “이거다!” 싶은 문서는 없었습니다. 정보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취재진뿐 아니라 사료 발굴 전문가, 학계 자문단, 번역가 등으로 구성된 ‘밀정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모됐습니다.  8개월의 취재 끝에 취재진은 일본과 중국 문서 5만여 장을 분석해 밀정 혐의자 895명의 명단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의 밀정 혐의를 고발했습니다.

드러난 밀정은 빙산의 일각’ 국가보훈처 서훈 재평가
광복된 지 70년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친일파 청산 문제는 우리 사회에 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밀정 연구는 사실상 방치돼왔습니다. 학계 전문가들은 일제강점기 활동한 밀정의 규모를 수만 명으로 추측합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밀정의 수는 20명 남짓입니다. 학자들은 이번 보도를 계기로 학계에서 밀정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중입니다. 특히, 이번 보도에서 다룬 인물을 우선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밀정 2부작>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재미와 의미 두 가지를 다 갖춘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보여줬다는 칭찬이 가장 뿌듯했습니다. 시민들에게 다시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언론의 위기, 방송의 위기가 정말 피부로 와닿는 요즘입니다.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 충실히, 깊게 취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취재해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BS 이세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