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지역보도 부문 뉴스상_27종 검사 중 일부만… 드러난 부실 조사_KBS춘천 엄기숙 기자

냉장고가 텅 비어 반찬이 마땅치 않은 날에도, 요리할 시간이 없는 바쁜 아침 시간에도, 달걀은 가장 마음 편하게 손이 가는 국민 먹거리입니다. 아직 어린 제 두 딸은, 프라이팬에 들기름 둘러 달걀을 부쳐 케첩만 뿌려주면 “엄마 요리 진짜 잘 해” 하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줍니다.
그래서 살충제 달걀 파동은 국민들에게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동안 먹어온 달걀이 살충제 범벅이었다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가장 싸고 맛있는 먹거리인 달걀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이 컸습니다. 정부가 실시하는 살충제 달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만을 모든 국민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살충제 달걀과 관련한 취재 회의를 하던 중, 한 선배 기자가 ‘강원도가 달걀에 대해 실시하는 잔류농약 검사 항목이 다른데 보다 좀 적다더라’ 는 말을 전했습니다. 전국 단위로 전수조사를 하는데, 검사 항목 수가 적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취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초점은 강원도를 출입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강원도의 잔류농약 검사 항목수가 왜 다른 곳보다 적은지를 확인하는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취재진이 강원도 담당자를 상대로 ‘강원도의 잔류농약 검사 항목 수가 왜 적은지’를 따져 묻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겁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에요. 정부의 방침대로 27개 잔류농약 항목을 다 검사한다고 발표한 지자체들도 사실은 시료가 수입을 해와야 해 확보가 안되고, 실험 준비도 안되서 검사를 다 못하고 있어요.”
즉각, 다른 지자체에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전국의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부 방침대로 27개 잔류농약 성분을 검사하지 않은 채, 일부만 검사하고는 정부에는 ‘이상없음’으로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피프로닐’ 이나 ‘비펜트린’ 외에도 추가로 검출이 확인돼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된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에 대해서 조차 상당수 지자체가 아예 검사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 당일, 오후에는 정부가 전국의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살충제 달걀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전수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이 보도를 다음 날로 미룰 수 없었습니다. 곧바로 취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KBS의 전국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습니다. 전국의 선후배 기자들의 도움을 얻어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정확히 몇 개 성분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는지’, ‘일부 성분 검사를 못 한 이유는 무엇인지등에 대한 실체적인 팩트를 짧은 시간 안에 국내 언론사 최초로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27종 검사 중 일부만… 드러난 부실 조사> 보도는 당일 ‘뉴스9’를 통해 단독보도됐습니다.
보도 다음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보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보완조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시료를 수입해 와야하고, 분석 방법도 아직 숙지가 안돼 모든 분석을 못 했다”고 설명했던 지자체들이, 정부의 보완조사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단 사흘 만에 시료를 구해 분석을 마쳤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사흘 만에도 할 수 있는 검사를, 도대체 왜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은것인지 심각한 먹을거리 위험 앞에서도 안일하기만 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에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보도가, 살충제 달걀이 다시 시중에 유통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기자로서 보람도 컸습니다. 여기에 이달의 방송기자상까지 받게 돼 영광입니다. 좋은 상 주신 방송기자연합회와 취재를 도와주신 전국의 선후배 기자들, 안타깝게 함께 수상하지 못한 최승호 촬영기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