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안경점에 웬 폐수?” 안경점의 불편한 진실_TBC 박정 기자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만 서너 군데 있는 동네 안경점에서, 폐수라니. 감이 안 왔습니다. 그 후 손에 쥔 수질검사서는 충격이었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과 일사다이옥산, 시안, 페놀 등 8종의 유해물질이 최대 수십 배까지 검출되면서, 취재는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렌즈 두 알, 그러니까 안경 하나를 만들 때마다 발생하는 연마 폐수는 20리터 안팎. 안경점이 하루 하루 20~40개의 렌즈를 가공하고, 전국 개소 안경점이 만4천여 곳임을 감안하면 하루 42백톤에서 최대 만톤이 넘는 유해 폐수가 일반 하수와 섞여 하수구로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안경점은 업종과 규모 등의 이유로 폐수배출시설이 아닌기타수질오염원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분류의 본래 목적은 아니었겠으나 결론적으로 안경점이 폐수배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꼴이 됐습니다.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분류했지만,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폐수가예상보다많이 발생하면서 규제의 박자가 꼬인 것. 폐수 배출 허가와 규제 담당자들은안경점의 폐수 배출을 무단 배출이라 보기 어렵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불법이 불법이 아닌 웃지 못할 상황, 반드시 바꿔야만 했습니다
  환경부는 2005년 자료를 들어 안경점의 배출 오염물질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렌즈 연마 폐수가 대량 발생하는 렌즈 알 공장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발암성 유해물질 배출과 관련한 환경당국 허가를 받아왔고, 같은 성분을 취급하는 안경점에서 당연히 같은 유해물질이 발생하리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 이를 몰랐다는 건 무책임을 넘은 환경당국의 방만이라 질타했습니다. 결국 환경부는 잘못을 시인했고,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여기까지가 기자상을 받던 시점까지의 이야깁니다.
  이후 환경부는 대구와 세종시에서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동행취재를 시도했는데, 안경점주의 사전 허가를 받아 점주가 제공하는 폐수를 수거해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조사 방식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고, 환경부 장관은 공개 검증을 진행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수질검사서를 손에 쥔 순간부터, 이 기사는 소위 딱 떨어지는 기사라 생각했습니다. 당국의 움직임을 끌어내며 지난한 싸움의 과정이 반복되고 있고, 해를 넘겨야겠지만, 구체적인 변화도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더러 취재에만 만족해야 하는 기사,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취재가 끝난 뒤 더 이상 조명조차 받지 못하는 참담한 현장들이 꽤 있습니다. 이번 취재가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다음변화에 대한 기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 시작을 함께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 기자들에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