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전문보도 부문_친일파 재산 최초 공개_SBS 권지윤 기자

친일 재산은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다.

 
이승만 정권에서 실패한 친일 청산의 후과(後果)는 한 갑자의 세월이 흐르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2008년 법조를 출입하면서 친일파 후손들의 제기한 줄소송을 지켜봤다. “친일 재산을 돌려 달라”, “조상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이었다. 실기한 친일 청산으로 독립운동가의 명예는 물론, 친일파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졌고, 망각을 틈 타 사회 곳곳에서 ‘친일파 미화’라는 역사왜곡이 이뤄진 탓이다.
 
친일 재산은 정당한 재산으로 둔갑됐고, 불의는 고착화됐다. 시간은 부정의의 편이기에 더 늦기 전에 미완의 친일 청산을 조금이라도 마무리해야했다. SBS뉴미디어국 제작1부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친일재산 추적에 나선 이유다.
 

  • 은닉된 친일재산을 발견..곳곳에 숨어있는 친일 재산

 
광복 이후 70년이 지난 탓에 친일 재산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단초를 모았다. 작은 증거라도 아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1,000여장이 넘는 토지대장과 등본을 떼며 추적을 거듭했다. 산을 오르고 전국을 누볐다. 점과 점을 이어 선을 그리듯 그렇게 취재를 해나갔다.
 
한 장만 더 떼보면, 한 곳만 더 가보면, 한 명만 더 만나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통했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던 친일파의 재산 규모와 은닉된 채 대물림된 친일 토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단종태실지와 환수 가능성도 사회에 알렸다. 전국에 산재한 적산(敵産)의 실태를 새롭게 조명했다. 반성 대신 재산만 상속하는 친일파 후손의 재산 증식 전 과정 등을 생생하게 추적 보도할 수 있었다.
 

  • 친일 재산은 지금도 대물림되고 있다.

 
고생을 거듭한 이번 취재를 통해 깨달은 건 간단하지만 강렬했다. 우리가 발견 못한 친일재산이 어디선가 계속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년 뒤엔, 10년 뒤엔 이를 환수하는 건 더욱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역사는 국가의 토양이기에 ‘부정의한 역사’ 위에 그 어떤 훌륭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언론이 지속적으로 친일 청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의무이기에 <비디오머그>와 <마부작침>의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양의 땀을 흘리고, 똑같은 깊이의 고민을 했던 정경윤 박원경 화강윤 주범 이용한 김태훈 기자, 김경연 정순천 안혜민 등 동료 저널리스트들의 집단지성의 결과였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지난한 취재를 참고 기다려 준 심석태 국장과 이주형 부장, 그리고 막힐 때마다 뚜렷한 방향타를 제시해 준 진송민 차장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