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 “다치고 짤리고 돈 못 받아도”..산업기능요원의 눈물_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취재 후기를 빙자한 반성문
 
기사가 훑고 지난 자리
취재 후기를 쓰려는 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노무사였습니다. 수상 사실을 우연히 봤다며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당해고 된 산업기능요원의 소식을 들려줬습니다. 최저임금이라도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에서 짤린 청년 이야기였습니다. 취재 당시 해당 청년은 노동청 부당해고 신고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회사는 해고를 철회하고 복직을 명령했습니다. 복직하자 지옥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해당 청년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맡기고, 실수를 유도합니다. 실수를 하면 시말서를 쓰라고 합니다. 또 시말서 내용을 트집 잡아 압박합니다. 회사에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며 트집을 잡아 또 시말서 제출을 요구합니다. 복직한 지 2주도 안돼 시말서만 7장을 넘게 썼다고 합니다. 청년은 괴로움에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청년에게 미안함이 가슴 한 쪽을 짓눌렀습니다. 보도를 통해 산업기능요원의 환경 개선에 한 몫 했다고 스스로 자부했습니다. 수상의 영예도 안았습니다. 하지만 보도가 끝난 뒤 파해쳐진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부당해고 당한 청년은 더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병무청과 노동청에서도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제도로 해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회사는 얼마든지 청년을 괴롭히고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이 말의 무책임함을 다시 느끼는 취재였습니다. 기자는 기사로만 말하고 돌아서버리면 상처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기게 된 보도였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의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 청년은 너무도 좋은 사례였습니다. 기사의 완성도를 살려주는 재료였습니다. 그리고 취재팀은 그 사례로 기사를 완성하고 뒤돌아서버렸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쓰는 기술, 좋은 사례자를 찾는 방법, 취재원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설득력, 많은 것들이 늘었습니다. 그런 기술들이 늘수록 취재원을 대하는 태도는 건조해져갔습니다. 쪽방촌에서 인터뷰하며 눈가를 적셨던, 제보자의 고발에 함께 분노했던 감정들은 사라져갔습니다.
 
그 청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이제 2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그 청년은 자신이 우선 해결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청년은 오히려 고맙다고 했습니다. 생전 처음 와 본 광주에서 힘들고 외로웠는데 자신의 편이 돼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그 고맙다는 말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취재는 끝났지만 어떤 기자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그 답을 찾는 과정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시작하겠다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