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폭리에 강매, 의료보조기 리베이트 장부 단독입수_MBN부산_안진우 기자

폭리에 강매, 의료보조기 시장
 
‘마취 깨기 전에 채울께요.’
한 대학병원 교수와 의료보조기 업체 영업 사원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환자에게 ‘보조기를 착용시켰다’며 사진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며칠 뒤,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낸 영업사원은 ‘허리 수술을 받은 한 환자가 보조기 착용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교수에게 보내자 ‘다음부터는 수술을 하고, 수술 방에서 바로 보조기를 채우겠다’는 친절한? 답장을 보낸다.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보조기 착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아예 마취에서 깨기 전 의료보조기를 착용시키겠다는 거다. 이 대학교수는 이렇게 환자도 모르게 의료보조기를 착용시키고, 판매금액의 30%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한 달에 많게는 수백만 원을 받아 챙겼다. 평범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보다 많은 금액, 꽤 짭짭한 부수입이다. 리베이트에 눈이 멀어, 아니 동료 의사들도 다 받는 거니까! 스스로 합리화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동료 의사의 리베이트까지 가로채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 이 교수는 관련 분야에서 꽤 권위자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물론 수술 실력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만약 이 교수를 모델로 메디컬 드라마를 만든다면…. 내가 만약 작자, PD라면?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 홀어머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뛰어난 수술실력, 여기에 휴머니즘과 의료민영화 등 현 의료계의 현실을 한 스푼 탄다면 기본 구성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관행 리베이트, 검은 뒷거래는 권력지향적인 또 다른 인물에게 양념을 조금 친다면 나름 현 의료계의 현실까지 반영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낭만닥터 김사부’ 현실은?
이 대학교수를 비롯해 의사들이 일하는 병원을 무대로 한 메디컬 드라마의 성공확률 80~90%다. 메디컬 드라마는 사극과 더불어 드라마의 흥행 보증수표다. 1990년대 ‘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의가형제’, ‘하얀거탑’, ‘뉴하트’, ‘닥터스’, ‘골든타임’,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이런 의학 드라마의 주제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90년대에는 주로 의사들 간의 사랑, 삼각관계, 환자들의 치료 과정 등을 담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여기에 병원 내 권력 다툼과 암투, 정치적 역할구도까지 더해졌다. 최근엔 치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살 수도 있는 환자를 죽게 만드는 의료 현실의 뒷면을 고발하는 등 영리만을 추구하는 의료계의 현실을 꼬집는가 하면 시공월 초월하는 명의들까지 등장했다.
시대에 따라 사회상을 반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계의 문제점까지 암시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이런 메디컬 드라마, 하지만 변하지 않는 포인트가 있다. 주인공의 전공이다. 지금까지 방영된 25편 중 21편이 외과의사란 통계가 있다. 심장을 다루는 흉부외과, 외상외과, 신경외과 등 수술이나 긴박한 장면이 많은 외과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보여주기 제격이기 때문이다.
‘폭리에 강매, 의료보조기 리베이트 장부 단독’ 기사의 주인공들 역시 외과의사다. 장부에 이름을 올린 외과 의사만 수백 명. 취재 과정 내내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제보자들이 말하는 외과의사 중 드라마 주인공은 없었다. 어쩌면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은 장면인 리베이트만 뺀다면 아마도 의학 드라마 속 의사처럼 칭송받는 명의가 있을 지도 모른다. 휴머니즘으로 똘똘 뭉친,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 의술이 아닌 인술을 펼치는 의사가 현실, 우리 주변에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취재과정에서 만나지 못했을 뿐일 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의학 드라마 속 주인공, ‘낭만닥터’는 지금도 숨은 곳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메스를 들고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면 취재는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