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회 기획보도부문_냉장고 앞을 서성이는 보육원 아이들_SBS 원종진 기자

찬바람 부는 겨울 아침, 한 끼 2348원의 열악한 식대로 식단을 꾸리는 경북의 한 보육원을 찾았다. 졸린 눈을 하고 고사리 손에 받쳐 든 식단에 주어지는 것은 밥과 국 그리고 나물 위주의 반찬 세 개. 방학 기간이라 식수인원이 줄어 식단 구성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하는데도, 보육원 아이들이 먹는 한 끼 식사는 한 눈에 보기에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것은 전날 저녁 6시쯤. 후원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지방의 보육원 아이들은 한창 클 나이에도 12시간 넘도록 배고픔을 참으며 겨울밤을 나고 있었다.
“간식 먹고 싶고 고기도 많이 먹고 싶죠. 그런데 잘 안 나올 때는 그냥 집(보육원)에 돈이 없는가보다 해요.”
배고프면 투정을 부리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부족한 밥상 앞에서 체념을 배우는 아이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형 이슈와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 ‘보육원의 배고픈 아이들’ 기획에 처음 참여하게 됐을 땐 ‘이 기사가 이 시국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보육원을 다니며 아이들을 만나고, 이들이 먹는 음식들을 접하면서 기획에 참여한 선배들과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공유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체념 대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시선과 관심을 잃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4년 동안 270원 찔끔 인상, 아동복지법 개정안 통과는 먼 이야기
4년 전인 2013년 보육원의 한 끼 식대는 1520원. 프랜차이즈 커피 값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의 밥을 먹는 보육원 아이들은 성장과 발육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뒤쳐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됐다. 이에 SBS는 이 문제에 대한 연속 보도를 했고, 2013년 한 해에만 기준 식대가 529원 올라 아이들은 2000원이 조금 넘는 밥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후 4년간 정부와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식대는 불과 279원 오르는데 그쳤고, 변하지 않는 현실을 몸소 체감하며 보육원 아이들은 밥상 앞에서 체념을 배워가고 있었다.
19대 국회에서 아이들의 식대를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투표권자인 부모가 없는 보육원 아이들을 지원하는 법은 의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식대를 지원하는 이 법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은 68억. 한 비선실세의 딸이 기업으로부터 수백억 원을 지원받아 명마를 탔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정부와 국회의 논리는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졌다.
하루 만에 모인 수백만 원의 후원금…하지만 언제까지 후원에 기댈 수는 없다.
방송이 나간 뒤 SBS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그램인 ‘나도펀딩’을 통해 하루 만에 수백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보육원을 후원하고 싶으니 이름을 알려달라는 메일도 수백 건이 쏟아졌다. 기획에 처음 참여했을 때 들었던 걱정이 기우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한 보육원 원장이 말했듯, 들쭉날쭉한 후원에 기대서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육에 충분한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기 어렵다. 기사가 나간 뒤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원문의를 해 오는 메일에 답장을 하면서도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보도 이후 전수조사에 나선 정부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정책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이 이어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