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_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돈만 쓰고 개점휴업' 속 빈 권역농촌개발_KBS춘천 김영준 기자

호기심으로 시작된 첫 단추
무엇보다, 기자가 가져야 할 좋은 덕목 중 하나가 호기심인 것 같다. 꼬부랑길이 아직도 많이 있는 강원도를 누비며 취재활동을 하다 고개 한 꼭대기 바로 아래 공터에 들어선 펜션같은 한 건물을 보았다. 스치듯 지나가는 차 안에서 본 건물 이름은 ‘소양호권역 홍보관’. 수상한 그 이름을 취재 수첩에 적은 다음부터 권역단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대한 취재가 시작됐다.
‘소양호권역 홍보관’이란 이름을 강원도청도, 춘천시청도 알지 못했다. 어떤 역할을 하는 지도 건물을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결국 다시 그 고개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건물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내부는 한때 사용했던 흔적이 남은 식기와 각종 가재도구로 가득했다. 건물 머릿돌에 새겨진 명판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강원도가 농촌마을 수익사업을 위해 지었다고 써 있었다.
이 건물은 7억 6천만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돼 2년 전 지어졌지만, 수익은 없고, 운영비만 한해 수천만 원씩 나가자 문을 닫은 상태.. 10억 원 가까운 돈이 공중에 붕뜬 거다.
급히 강원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자료를 요청했다. 권역단위 농촌마을개발사업 조성 현황 자료이다. 그리고 강원도와 인근 지역 곳곳에 조성된 사업 대상지를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히 찾아가봤더니.. 대체적으로 상황은 비슷비슷했다. 덩그러니 대형 농촌체험관 등 건물만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일년 중 몇 달만 운영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해 아예 문을 닫은 곳, 농촌마을 3,4곳을 묶어 개발한다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낯설지만 주변에 많이 있는검증은 허술
2004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22,395억원이 투입돼 전국 651곳에서 진행 중.. 권역 한 곳에 예산 4,50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종합개발 사업이다. 그만큼 농촌지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권역단위 농촌마을개발사업이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예산 투입의 효과를 나타내는 사업지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사업 선정 초기, 철저한 수익성 분석없이 졸속 추진되면서 전문 운영 인력 확보와 농한기 활용 방안을 세우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국비 지원을 받아서 일단 건물부터 짓고 본 것이 문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업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제대로된 운영 실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실한 사업들이 ‘그럴듯한 사업 계획서’에 가려진 채 계속 이어졌고, 예산은 낭비됐고, 사업에 참여했던 농민들은 허탈했다. 사업을 오래 유지하고, 실제 농촌주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인지 검증하지 못했다. 사업 이후 다양한 사업 컨설팅 활동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이 잘 살아야 하고, 예산이 제대로 쓰여야 하기에 너무도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의 실태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많은 농민들이 권역단위 농촌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사업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지 물어보는 메일이 기자에게 도착했다. 나 역시 전문가가 아니기에 알기 쉬운 답변을 해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건물만 세워지면 된다는 함정에 빠지지 마시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이 말은 사업 예산을 투자하는 정부에도 해 주고 싶은 말이다. 뉴스 보도이후 정부가 약속한 실태 조사 결과가 너무도 궁금하다. 그 결과까지 끝까지 취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