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_뉴스부문_이재용 영장청구서 입수 및 최순실 게이트_SBS 이한석 기자

글로벌 기업 삼성의 ‘추악한 뒷거래‘
2015년 8월 비선실세 최순실 소유의 회사 비덱스포츠로 삼성전자가 2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기로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납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이 아닌 최순실 소유의 회사에 직접 돈을 지원한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강조합니다. 기업들이 재단에 낸 돈은 ‘강제 모금’ 이라고 볼 여지가 있지만 삼성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삼성은 애초 검찰 특수본 단계에서는 정상적인 컨설팅 계약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승마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삼성이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지난해 말 검찰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삼성의 해명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특검 수사 초기 삼성은 기존의 해명을 뒤집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못이겨 최순실에게 거액의 돈을 뜯겼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컨설팅 비용으로 포장된 삼성 자금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입니다. 돈의 성격을 둘러싼 삼성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건 그룹의 전략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삼성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방어논리를 바꾸면서까지 지키고 싶어했던 것이 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이 최순실을 지원하게 된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한 이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이 맡게 된 이유는 물론 승마협회 임직원 인사도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습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까지도 박 대통령은 일일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청했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출산한 이후 명마를 사주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의 지원시기는 최순실과 정유라의 시간표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삼성은 기업입니다. 비선실세라는 이유만으로 눈먼돈을 퍼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지원을 결정한 진앙지라면 삼성이 원했던 것도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취재진이 제일 처음 두드린 건 삼성물산 합병 의혹이었습니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 디딤돌이었습니다.
 
외부 전문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연금은 수천억원의 기금 손실을 감수하면서 삼성물산 합병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사태 대응 부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부활했습니다. 석연치 않은 국민연금 무리수의 배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삼성의 방어논리는 제법 공고했습니다. 삼성물산 합병 시기는 정유라 지원이 시작된 이전단계다. 그리고 삼성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취재는 삼성 논리를 뒤집는 팩트를 찾아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공정위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매각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주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정황 등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지 않았다는 삼성의 논리는 희대의 명마 ‘블라디미르’를 사주기로 한 삼성과 최순실의 합의서와 함께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삼성은 SBS 취재진의 해명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명마 블라디미르 뒷거래 내용이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합의서는 여전히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관계자와 공정위 김학현 부위원장이 만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팩트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순 있지만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취재태도는 여전히 유감스럽스러운 부분입니다.
 
삼성 반도체를 만들다 직업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보상 규모와 방식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얼마를 보상하느냐를 놓고 여전히 양측의 협상은 완전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삼성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수백억원을 건넵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현정부가 지원해주는 대가라는 의혹과 함께 말입니다.
삼성 뇌물죄 수사의 본질은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의 부도덕성입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정부 비선실세와 추악한 뒷거래 정황이 드러난 삼성의 민낯을 국민들과 전세계가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을 흠집내려는 취재가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 할 수 있도록 삼성의 정경유착의 오랜 고리를 끊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