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_기획보도부문_ ‘급발진 사고’ 의혹… 현대기아차·국과수가 덮었나_뉴스타파 정재원 기자

뜻하지 않은 6개월의 추적 취재현대기아차국과수의 실체를 드러내다
20여년만의 폭염이라던 지난여름.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팀장이 갑자기 팀원 모두가 붙어야하는 반년짜리 <재벌 대기획>을 던져줬다. 돌아오자마자 꼼짝없이 총 맞고 쓰러져야 하는 상황. 이미 상반기를 조세도피처라는 대형 기획에 휩쓸려 보냈던 터라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대기획에 한 발쯤 걸치면서도 단독으로 해볼 만한 아이템은? 답은 자동차였다.
 
부산 급발진 의심 사고조사 결과가 이상하다
뭐든 찾아내야 했기에 저인망식으로 곳곳을 캐고 다녔다. 어느 비가 많이 오는 여름날 대전에 내려가 전직 국과수 교통사고분석과 책임자를 만났다. 해가 질 때까지 나눈 이야기들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국과수는 급발진을 조사할 장비도 인력도 없다, 나아가,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싼타페 사고 역시 국과수는 제대로 조사해보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였다.
작년 8월 일어난 부산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는 많은 언론에서 다뤘었다. 하지만 차 결함이 의심된다는 추측 기사만 넘쳐날 뿐 언론이 과학적 입증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감히 국과수가 조사해서 내린 ‘운전자 과실’이라는 결과를 일개 언론이 부정하기 쉽지 않았고, 국과수뿐 아니라 현대기아차와도 결함 여부를 두고 다퉈야 하니 ‘의혹’ 이상을 제기하려면 확실한 사실들이 있어야 했다. 어려워 보였지만, 차를 직접 입수해 분석할 수만 있다면 국과수의 어설픈 조사나 자동차 결함의 유무 역시 검증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두 차례 부산에 내려가 언론 노출을 꺼려온 유족을 설득하고, 박병일 명장을 만나 같이 부산 싼타페 차량을 통해 국과수 문제를 파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좀 더 어려운 문제는 부산 싼타페 사고를 감정한 국과수 보고서를 입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재판 중이라며, 혹은 아직 수사 중이라며 결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 국과수의 감정서를 어떻게 입수할 것인가. 감정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박 명장도 차량 분석을 하기가 애매했다.
이 문제는 두 가지 경로로 해결했다. 전직 국과수 담당자의 진술, 그리고 부산의 담당 경찰이 준 정보를 조합해 감정서의 검증 분야를 추정했다. 그리고 감정서를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유족 측 변호사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시킨 뒤, 중요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나오게 했다. 그의 설명을 바탕으로 부산 사고에 대한 국과수 보고서 내용을 대략적으로 만들어냈다. 이렇게 되자 박병일 명장의 차량 분석도 가능해졌다. 이때 추정해 만든 감정 내용은 나중에 국과수 측에 대한 반론 취재 과정에서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시간을 벌었던 덕에, 부품 분해와 유류 검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사고 차량의 결함까지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내부자료 제보가 있었다. 우리가 최근 밝혀낸 자동차 결함은 많은 부분 김광호 씨(전 현대차 품질전략팀 부장)의 용기에 빚지고 있다. 그와 박용진 의원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팀플레이는 법적 문제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이 보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정 중 하나였다. 방송 이후 그는 현대기아차 측으로부터 형사고발당해 집이 압수수색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기 있게 내부 자료를 공개했지만 그로 인해 고초를 겪는 제보자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족들을 보낸 사고 당사자들.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여전하기에 방송을 마치고도 마음이 무겁다. 부산에서 유족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였던 새벽, 가족사진을 들고 같이 눈물지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비슷한 사고와 피해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