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 _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 무법천지 정신병원 잠입취재 _TBC 한현호 기자

# 정신병원, 벽 너머의 진실
2년 전 거리로 나와 자유롭게 술판을 벌이는 정신병원 입원환자 실태를 연속 보도했다. 치료해야 할 병원은 이들을 방치했고 보건당국은 권한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끈질긴 보도로 정신병원 알코올 중독 환자 문제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현안까지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원인일까. 취재진은 벽 너머 정신병원 내부에 그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고 직접 노숙자로 위장해 환자로 잠입하기로 했다. 석 달 가량의 준비 기간 동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정신병원 관계자들 그리고 노숙자를 만나 잠입 시나리오를 짰고 두 병원에서 보름 기간 입원해 취재를 시작했다.
 
# 은밀한 공생 파헤치기
취재진을 처음 맞은 건 병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자들의 도박판과 술판. 병원 안은 취재진이 예상한 문제의 범주를 한참 넘어섰다. 환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편의점에서 마치 방전된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듯 술을 들이켰고 자유롭게 일까지 나갔다. 환자들에게 병원이란 먹여 주고 재워 주는 ‘하숙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병원과 환자 간의 은밀한 공생관계 중심에는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었다. 병원에서 먹고 자는 환자들에게 매 달 10일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는 술값이자 도박비였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생활을 유지할까. 병원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잠입 취재 기간 동안 갖가지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고 드러나지 않은 정신병원 자체의 문제를 조명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엮인 이들의 불법행위를 파헤칠 수 있었다.
 
# 직접 환자가 됐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취재진이 정신병원 직원도, 아르바이트생도 아닌 환자로 잠입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진료비 허위 청구’ 부분을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문제의 정신병원들은 매년 수십억 원의 의료급여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의료 급여를 확인할 수 있는 주체는 환자 본인이니 직접 환자가 되어야만 했다. 잠입 취재를 마친 뒤 심평원을 통해 취재진에 대한 진료비 청구 내역을 확인했다. 이들 병원은 하지도 않은 진료를 했다고 꾸며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하고 심지어 입원 기간을 두 배로 조작까지 했다. 또 취재 기간 동안 의사를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병실 환자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재활프로그램 참여 현황도 매일 영상으로 기록해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닌 병원 전반의 고질적 불법행위임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법천지로 운영되는 정신병원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병폐이다. 한해 정신병원에 지급되는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은 환자의 치료와 인권을 위해 제대로 쓰여야 하고 철저하게 감독받아야 한다. 보도 직후 많은 양심 있는 정신병원의 의료진들이 제보를 줬다. 일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이번 보도를 계기로 정신병원이 병원답게 바뀌도록 애써 달라는 주문이자 호소였다. 취재진은 앞으로도 불법 정신병원이 마땅한 처벌을 받고 정신병원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