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뉴스부문_누구를 위한 상인가_MBC 전재호 기자

한 자치단체에서 내건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000 시장, 00 대상 수상”
참 행정을 잘 하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장님은 그 상을 신문에도 자신의 대상 수상을 광고하셨고, 자치단체 홈페이지,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이고 그 시의 전광판에서도 대문짝만하게 알리고 있었습니다. 수상은 잘 한 일인건 알겠는데, 신문과 대중교통에까지 광고로 알리려면 예산이 들지 않았을까? 이 돈은 결국 예산 아닐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전국 246개 광 역과 기초자치단체 모두에 청구해봤지요.
일부 자치단체들은 정보를 공개하기 이전부터 “우리는 빼줘야 한다.” “우리는 지역특산품 브랜드를 위해 상을 받았고, 홍보를 위해 예산을 들인 것 뿐”이라는 해명을 먼저 했습니다.
해명을 접한 뒤 “00쌀, 00단감 등 지역 특산품 홍보라면, 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하 는 영역이 아닐까?” 하는 이른바 기사에 힘 빠지는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에는 특산품 홍보는 일부였습니다. 자치단체장 개인의 치적 홍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하고 해당 서류를 꼼꼼히 살피면서, 이상한 안내문들도 적혀있었습니다.
응모서류에는 수상을 하기도 전부터, 수상을 하면 천만원에서 삼천만원 가량의 홍보비를 내야한 다는 문구가 있었고, 수상분야와 수상자를 한정 짓는 기준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돈을 내는 것 을 감수하고 응모한 자치단체장들은 모두 ‘대상’을 거머쥘 수 있다는 안내였습니다.
두달동안 수상 서류를 분석해보니까, 자치단체장들은 세금으로 자신이 잘 한 것처럼 홍보할 수 있 는 아주 좋은 기회로,일부 언론사와 시민단체는 자치단체의 세금으로 광고비나 홍보비를 얻을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의 관계가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예산을 들여 홍보비를 내고, 자치단체장의 위인전을 만들어 관내 도서관과 초등학교에 뿌 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특정 대상을 수상했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MBC의 문제제기에 국가권익위원회가 움직였습니다.
국가권익위원회는 예산으로 자치단체장을 홍보하는 수상관행은 잘 못된 것이라며, 전국의 자치 단체들에 제도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명확한 심의를 거쳐 수상에 응모하도록 했습니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재선에 도전하시려는 전국의 단체장님들은 또 한번 수상을 홍보하 시겠지요. “00시장, 00 대상 수상”.
유권자 여러분 저처럼 무작정 “그 시장님 행정 잘 하시나보다”라고 믿지 마세요.
단체장님들께서 “내가 행정을 잘 한 결과입니다.”라고 내세우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 대다수는 ‘사실상 시민이 낸 세금으로, 돈 주고 산 상들’입니다.
제 기사가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투표자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