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연합회장 취임사

 

안형준 MBC

안형준(MBC)

제10대 방송기자연합회장

 

‘우리는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첫째, 신문 방송 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 둘째,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셋째, 언론인의 불법연행을 일체 거부한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지시키는 긴급조치가 내려진 1974년. 그해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이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발표하고, 기나긴 해직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2017년 10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 KBS와 MBC 방송인의 연합집회에서, 동아투위의 주역인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흘러간 세월은 이마에 주름을 남겼지만, 언론 자유를 역설하는 당신의 힘찬 목소리는 여전히 청년이었습니다. 김종철 선배는 ‘유신독재에 맞서 싸운 동아투위의 정통성이 공정방송을 위해 월급을 포기하고 싸우는 방송기자들에게 이어졌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3년 전 서울고등법원은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기능을 못했다면, 시정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정방송은 구호가 아니라 ‘언론인의 근로조건’이며,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입니다.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합법적 근로조건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하는 까닭입니다.

올 3월이면 방송기자연합회가 설립된 지 만 10년이 됩니다. 뉴스와 기획 등 5개 분야를 시상하던 ‘이달의 기자상’이 올해부터 영상취재와 경제부문을 신설해, 7개 부문으로 확대됩니다. 평가 기준은 사건의 본질과 진실을 파헤치는 열정과 노력에 무게가 실릴 것입니다. 중립성과 객관성은 뉴스의 기본이지만, 기계적 중립이 늘 최고의 기준일 수는 없습니다. 독도 관련 뉴스의 절반을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할애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기계적 중립은 자칫하면 책임을 떠넘기며 빠져나가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또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와 새로운 취재기법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를, 포털 없이 직접 연결시키는 실리콘밸리의 움직임을 살펴볼 것입니다. 국내외 교육프로그램과 연구프로젝트는 방송기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아이템을 선정하겠습니다. 나아가 더 많은 방송기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경쟁할 수 있도록, 방송기자연합회의 외연도 확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창립 10주년이 가능하도록 연합회를 이끌어온 역대 회장들은 물론, 특히 힘들었던 최근 2년 동안 연합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김현철 9대 회장께 허리 굽혀 감사드립니다.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관객 70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 해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명동성당의 농성을 뉴스로 내보내기 위해 맞서 싸웠던, 선배 방송기자들의 눈빛과 열정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