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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사실’을 넘어 ‘실체적 진실’로_권장원 교수(대구카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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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화두다. 소통은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언어의 특성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과거, 문자 언어에 입각한 소통은 교육 수준과 문자 해독 및 구사 능력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영상 시대는 다르다. 영상 언어는 기본적인 장비 활용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별다른 교육 없이도 보는 이가 해당 영상을 이해하고 시청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상의 현장감이 시청자로 하여금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장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붉은 악마 응원, 2008년 <PD수첩>에서 소가 쓰러지는 장면 등 제공된 영상의 파급 효과는 즉각적이었고 강력했다. 국민들은 방송사 인근으로, 그리고 광장과 거리로 뛰어나왔고,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에는 고화질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거리 곳곳의 CCTV도 가세했다. 시청자들은 주변의 상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영상 유통망을 통해 즉각적으로 전파된다. 영상은 기술의 개발과 대중적 보급으로 이미 우리 현실의 일부가 되었다.

쌍방향으로 변화하는 영상 소통
영상 기술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화두와 결합하여 산업 영역에서도 단연 각광받는 분야이다. 영상 기술 발전 방향은 HD, UHD, 더 나아가 UHD 3D 입체 기술 등 보다 현실에 가까운 영상 구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전 세계가 영상 기술 표준화와 영상 브랜드 가치 창출에 집중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이다. 경량화, 소형화, 대중화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적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영상 콘텐츠 생산 및 유통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 역시 여전히 주요 화두이다. 한류는 이제 한국의 영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유통망의 개발은 단순히 산업적 차원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시청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을 영상에 담아 사회 문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전문가에 의해 이끌어져오던 영상 소통의 일방적 흐름은 시청자가 직접 영상 소통에 참여하여 현실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쌍방향적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제공한 영상이 국내 주요 뉴스 보도를 통해 인용되는 것 또한 이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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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구성된 현실’
영상이 과연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가?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온 논점이지만, 쉽게 답하기 어렵다. 영상에 내재한 사실성의 특징으로 인해, 제공된 영상이 오히려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통상 영상은 다양한 앵글과 샷을 통한 현장 화면과 현장음은 물론, 인터뷰, 자료화면, 현란한 그래픽 등 소위 다큐멘터리적 양식을 활용하여 구성된다. 하지만 장면의 선택과 배열, 그리고 가공 방식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해당 영상의 해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화면의 중심과 주변에 피사체를 어떻게 두는지, 피사체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해당 영상이 제공하는 현실 해석이 특정되고, 이는 해당 사건과 사안의 실체적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 그 자체를 반영(reflection)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포장한 ‘구성된 현실’이라는 것이다.
교묘한 기술과 의도된 전문성을 토대로 진실보다는 권력의 입장에 서서 대국민 설득에 집중해 적지 않은 여론 혼란을 야기하는 스핀닥터spin doctor 또한 영상 기획 과정에 적지 않게 개입한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영상의 이면을 모르는 시청자는 영상 내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보도영상이 제공한 ‘구성된 현실’을 통해 웃고, 울며, 두려움과 분노를 가지기도 한다. 보도영상을 다루는 기자들의 사회적 역할과 사명감이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제공한 영상이 시청자들의 사고와 관념, 감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순한 전달 차원 넘어야
영상 기술의 발전과 영상 참여의 보편화, 대중화는 이제 현실이다.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은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마치 바로 옆에서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은 더욱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영상 소통에 내재한 사실성의 강점이 진정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권력 집단의 의도에 따라 제공된 현실을 단순히 전달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다양한 입장과 분야들을 발굴하여 권력 감시는 물론,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차원으로 영상을 선택하고 구성해야 한다.
몇 가지의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 첫째, 전문적인 보도영상의 차원에서 영상의 공정성과 대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영상 소통의 준칙을 상호 공유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둘째, 시청자들에게 영상 읽기 교육을 통해 영상의 한계와 허구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시청자들이 영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실질적인 여론 형성과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영상기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영상 소통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영상 소통 기술과 영상의 공정함에 대한 합의가 결합될 때만이 산업의 효율성은 물론, 올바른 영상 소통 문화가 가능하다. 영상기자들의 소명의식이 절실한 때다.

Posted in 2014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카메라기자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