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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협업의 조건-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가 털어놓은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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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좌담 단체

일시_ 2014년 2월 5일 / 장소_ 서울 여의도 / 참석자_ OBS 채종윤(카메라기자), SBS 뉴스텍 정상보(카메라기자), KBS 유지향(취재기자), YTN 이만수(취재기자)
정리_ MBC 조현용 기자(본지 편집위원)

 

4개 회사 소속 기자 4명이 여의도에서 만났다. 함께 일하는 만큼 섭섭한 부분도 많기 마련인 영상기자와 취재기자 사이. 술을 마시고 ‘과도하게’ 마음을 털어놓다 자칫 싸움(?)이라도 날 것을 우려해 각기 다른 회사의 기자들로 섞었다. 언제 서로에게 고마웠고 또 섭섭했을까.

“쇳덩이 들고 다닌다는 편견이…”
“일의 우선순위 차이가…”

채종윤(OBS 카메라기자) ∷ 취재기자들에게 섭섭했다기보다는 유교적인 문화와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쇳덩이’를 들고 다니는 것에 대한 편견이죠. 제가 강의 나가면 묻는 게 있어요. “수백만 원짜리 만년필이 있고 연필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우월한 도구인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면 저는 그래요. “우월한 도구는 없다. 유효한 도구가 있을 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가 중요하지 우월하고 아니고는 없는데, 사회가 그렇게 몰아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도 있고….

정상보(SBS 뉴스텍 카메라기자) ∷ IMF 때 저희 조직은 SBS에서 회사를 쪼개 나왔어요. 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동료애 부분이에요. 함께 아이템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고, 좋은 리포트, 좀 더 효과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애가 점점 약해지는 것 같아요. 서로 대면하는 협업 부분이 많이 훼손된 느낌이 있어요.

유지향(KBS 취재기자) ∷ 화재 현장에 나갔을 때 취재기자들은 목격자가 사라지기 전에 인터뷰하고 싶은데, 촬영기자는 우선 불 꺼지기 전에 찍어야 하잖아요. 그럴 때 약간 우선순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걸 맞춰가야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채종윤 ∷ 영상기자는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오디오까지 찍는 건데, 그렇게 보면 불꽃도 중요하지만 인터뷰도 중요하죠. 몇 컷 찍으면 되는 불꽃에 욕심을 부리는 영상기자들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었군요. 급박한 현장에서 불은 꺼지고 있는데 계속 서서 10분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죠. 취재기자들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좋은 ‘워딩’을 따고자 하는 거고, 영상기자들은 불이 꺼지는 상황에서 조급증이 생길 수 있어요.

이만수(YTN 취재기자) ∷ 궁합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상대와 잘 지내는 사람이 있고, 취재를 나가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데….(웃음) 경찰청을 나가다 보니 후배들 얘기를 많이 들어요. 사실 취재기자가 제일 먼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건 영상기자잖아요. 이걸 잘 못하는 기자들이 어려움을 겪죠.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요. 취재기자가 후배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경우도 있고, 개인차도 많고요.

채종윤 ∷ ‘곤조 부린다’는….(웃음) 영상기자도 반성할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템에 대한 취재기자의 확신 여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확신 있는 취재기자와 일할 때는 내가 힘들어도 돼요. 근데 총 맞아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네가 아이템 안 내서 총 맞은 건데 내가 왜 같이 힘들어야 하냐.’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이만수 ∷ 취재기자가 하기 싫은데 영상기자도 하고 싶겠어요?

채종윤 ∷ 그러면 화가 나는 거죠. 스탠딩도 예쁘게 잡아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유지향 ∷ 미운털 박히면 포커스 나가 있고.

채종윤 ∷ 역광에 측광에….(웃음)

“VJ랑 나가고 싶다는 기자도 있다”
“취재기자 잘 못하면 영상기자가 잔소리해야”

이만수 ∷ 영상기자가 뷰파인더로 보고 있으면 저는 영상기자가 못 보는 또 다른 눈이 되어 주겠다고 생각하고, 또 영상기자에게는 또 하나의 귀, 머리가 돼 달라고 부탁하죠. 제가 놓치는 것, 논리적인 부분이나 팩트 빠진 것이 있다면 도와달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29 OBS채종윤 ∷ 좋은 영상기자와 좋은 취재기자가 만나는 것은 복이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리포트의 품질이 좋게 나올 수 없어요.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실상 프리랜서나 종편의 외주 인력 같은 경우에는 취재기자가 이 사람들을 대등하게 바라보질 않아요. 촬영 인력도 역량이 안 되고… 그냥 신분의 우월관계가 생기는 거죠. 저는 취재기자가 잘 못하면 영상기자가 잔소리도 해야 한다고 봐요. 취재기자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사람과 일한다면 좋은 리포트가 나올 수 없죠.

유지향 ∷ 사실 일부 취재기자들은 ‘곤조 부리는’ 촬영기자랑 나가느니 VJ랑 나가고 싶다는 분들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저널리즘의 원칙, 전문성이라는 게 있죠. 현실적인 압력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보도의 발전을 위해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정상보 ∷ 영상이라는 게 방송뉴스가 신문보다 더 경쟁력을 가졌던 부분이죠. 글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갖는 강점이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부분이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몇몇 방송사가 지난번 선거에서 편파적인 영상 구성을 했어요. 도덕성의 상실이죠. 취재기자가 실제 대상이 아닌 사람을 인터뷰해서 내보내자고 한다면 어떻겠어요? ‘어차피 다리 찍을 거니까’라는 식으로 나올 경우 영상기자는 “그건 아닌 것 같다.”, “기자적 양심을 지키자.”고 하겠죠.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계약직인 VJ의 경우엔 제대로 충고하기 힘들죠. 이런 부분이 우려돼요.

 

채종윤 ∷ 같은 맥락에서, 취재기자가 글을 쓸 때 옆에서 누가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얘길 안 하잖아요. 영상기자는 영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거예요. 서로 견제하면서 맡은 영역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죠. 지금은 영상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취재기자도 계약직으로 바뀔 수 있는 날이 목전에 와 있어요. 그런데도 영상기자를 비용으로 보는 시각에 쉽게 경도되는 취재기자와 거기에 비판 없이 따라가는 영상기자들이 문제죠.

“날 믿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때 큰 힘”
“내 그림 꼼꼼히 보고 살려줄 때 고맙다”
31 SBS뉴스텍

정상보 ∷(VJ를 거의 쓰지 않는) YTN의 영상기자들을 보면 책임감이 강해요. 현장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것, 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게 회사의 경쟁력이죠. VJ 쓰다가 소탐대실하는 거죠. 저희 SBS도 그렇고 MBC도 그렇고. 방송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영상을 전달하는 부분을 수준 낮게 만들어 버리면서 회사가 많은 걸 잃고 있다는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영상기자가 찍은 좋은 영상을 보고 취재기자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더라.”고 하는 경우가 있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그러면 그 영상기자는 점점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인터뷰를 정말 오래하면서도 필요한 얘기를 잘 끄집어내지 못하는 취재기자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네가 이렇게 좋은 말을 따내는구나.”라고 칭찬해주고, 또 급할 때는 “내용보다 느낌이 중요하니까 짧게 바로 한마디 묻는 게 낫겠다.”는 조언도 해주고, 이런 관계로 가면 상생이 되지 않을까요. “야, 너 왜 이렇게 인터뷰 못 해?” 이러면 깨지는 거죠.(웃음)

유지향 ∷ 취재하다 막힐 때가 있잖아요. 작년 모로코 출장에서 빈민촌 취재를 하는데 가이드가 중간에 사라졌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데 촬영 기자가 아이디어를 냈죠. “동선이 이러니까 이렇게 시도해보자. 사막에 가서 미속 돌려서 그림 만들고 메시지를 전해보자.”며 영상 흐름이 어떻게 될지 아이디어도 주고, 막힐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30 YTN

이만수 ∷ 복잡하고 ‘꽝’ 날 아이템인데도 영상기자가 저를 믿고, 한번 해보자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때 아주 고맙죠.

채종윤 ∷ 제 그림 꼼꼼히 보고 싱크나 그림 예쁘게 써주는 취재기자, 매우 예뻐요. 정말 이걸 쓰면 좋겠다 싶은데 안 쓸 경우 밉고요. 생각해서 찍었는데…. 통신 기사 보면서 재미없게 쓰거나 그림 꼼꼼하게 안 보고 묘사 안 하고, 휴일 스케치인데 일기예보 쓰듯 하는 취재기자들은 좀 그렇죠. 내 그림 살려주는 취재기자들이 고맙죠. 그것도 취재 기자의 능력 같아요.

정상보 ∷ 

성격이 좋아야 돼요. 소통이 잘 되면 정말 재미없는 것도 열심히 찍고, 고맙다고 얘기하고. 서로 상승이 되면 그럴 듯하게 되는 거죠. 분위기가 리포트에 묻어나는 거죠.

유지향 ∷ 방송보도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잖아요. 온갖 도구를 활용해서 찍고 트위터 올리면 그걸 받아 보도하는 마당인데…. 취재기자, 촬영기자가 마찬가지 상황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디어를 합쳐서 새로운 형식의 보도형태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만수 ∷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쪼개져서 각자의 길로 가는 것보다는 서로의 도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32 KBS

채종윤 ∷ 팩트를 찾아가는 길이 다를 수가 없다고 봐요. 취재기자 같은 경우는 아이템 독점권의 부분을 좀 놓을 필요가 있고, 영상기자도 영상매체가 워낙 경량화, 다양화하기 때문에 지나친 ENG 영상 중심, 과거 지향의 영상취재를 고수할 시대는 아니라고 봐요.

 

 

 

Posted in 2014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카메라기자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