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지역보도 기획다큐상_<뉴스 인사이드> 적조의 역습_KBS창원 박상현 기자

거의 5년만의 적조 피해였습니다. 지난해 가을 비교적 ‘가벼운’ 피해가 난 걸 고려하면 5년만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이번에도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적조생물의 먹이가 될 영양분이 육지에서 유입돼야 하는데, 올해 남해안은 마른장마여서 영양분 유입이 적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심상찮았습니다. 유해성 적조생물이 나타난 시기가 관측사상 가장 빠른 6월말 이었고, 적조주의보도 가장 빠른 7월 중순에 내려졌습니다. 양식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적조예보에 앞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키우던 생명의 바다는 죽음의 바다가 됐습니다. 물고기 2,800만 마리 폐사, 250억 원 손실이라는 사상 최악의 피해가 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 맞는 적조도 아닌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나란 생각이 피해 현장을 취재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수 십 년 양식업을 한 베테랑 어민은 이번 적조생물이 전에는 못 보던 ‘변종’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수산과학원은 예전과 같은 종류의 적조생물이라고 얘기하는 게 쉽게 납득가지 않았습니다. 예전과 같은 종류라면 왜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느냐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의문이 가득할 때, 기획프로그램을 제작해보지 않겠느냐는 데스크의 제안이 있었고, 그 기회를 잡아 의문을 풀기 위한 본격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취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조에 대한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부지방의 마른장마로 바다에 영양분이 적게 유입됐기 때문에 올 여름 적조피해가 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정반대로 그런 환경이 유해성 적조생물이 번식하기에는 좋은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계 적조학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이었습니다. 영양분과 수온만 알던 일반인의 인식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산당국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있을까? 이런 내용에 맞춰 대비를 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다음 순서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1995년 대규모 적조 피해 이후 정부는 40명 규모로 적조연구부를 꾸렸지만, ‘황토’라는 적조 구제물질이 나오고 2008년 이후 이렇다 할 적조피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점점 인원을 축소했던 겁니다. 적조연구 인력은 산하 연구소로 뿔뿔이 흩어졌고, 지금 본원에는 종합상황실에서 여러 시군에서 보내오는 관측결과를 취합하는 2명만 적조 관련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연구인력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흩어져 있는 연구인력도 다른 분야 업무까지 맡다보니 적조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게다가 방송에서 다루진 못했지만, 학계의 알력도 작용하면서 적조와 관련한 최신이론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실상 정부는 황토살포 말고는 제대로 된 적조 대책이라는 게 없는 셈이었습니다. 적조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황토 살포 이외의 대책은 없었던 겁니다.

한심한 정부와 달리 취재과정에서 만난 어민들은 너무나 순박했습니다. 왜 빨리 예보를 안 해 줬냐고 정부를 향해 화를 낼 법도 하지만, 그런 어민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저 하늘탓만 하며 운이 나빴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다만, 대폭 축소된 피해보상에 걱정이 클 뿐이었습니다. 정부는 보험가입을 유도한다며 피해보상 한도를 점차 줄였지만, 예상만큼 보험 가입이 늘지 않았고, 그 사이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양식어민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 파산할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또한 피해가 컸던 데는 밀식양식이나 근해집중 양식 등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적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함이 자연현상을 재해로 키운 원인이었습니다. 더불어 삼면이 바다라며 해양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지만, 어업인들은 정부정책이 농업만큼 어업을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민의 느낌에 그칠 수도 있지만, 이번 적조피해에 드러난 정부의 태도는 충분히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이 결정되면서 보통 석 달 걸리는 작업을 약 한 달 동안 하려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특히 방송이다보니 영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짧은 제작기간에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피해 현장을 기록으로서 남기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그 결과 정부의 안이함과 부실대책이 원인이라는 걸 밝힐 수 있었고,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올해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도 적조대책 부실이 지적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또한 이달의 방송기자상에 선정해 어민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신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Posted in 연합회 소식,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