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뉴스부문_ “탈북 청소년 9명 라오스서 강제 추방” _ YTN 김희준, 황혜경, 김지선 기자

<15살 북송 탈북 청소년 노정연의 눈물…>

  5월 28일 자정을 넘긴 시각, 야근 중이던 황혜경 기자에게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본인이 지원하고 있는 한 선교사가 탈북 청소년 9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려다 라오스 공안에 20일 가량 억류됐다. 몇 시간 전 탈북 청소년들이 라오스에서 추방돼 북한으로 곧 압송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이 극형에 처해질까 우려된다며 울먹이기까지 하는 목소리가 허튼  말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보자는 라오스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가 공안 몰래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늦은 밤에는 통화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국제전화를 걸어 선교사와 생생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남은 건 외교 당국의 확인이었습니다. 주 라오스 대사관 영사와 협력관 등 가능한 연락처를 모두 구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주겠다”는 답변들만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시간은 이미 새벽 3시를 넘어섰습니다. 재차 삼차 전화한 끝에 “민감한 상황이라 말씀 드리기 어렵다.” 정도의 확인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리포트 제작에 들어가 05시 뉴스에 “한국행 희망 탈북 청소년 9명, 라오스에서 추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김희준, 김지선 기자가 후속보도를 이어갔습니다. YTN 첫 보도가 나간 뒤 외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백 브리핑을 열어 관련 사실을 확인하면서 라오스 정부가 탈북자를 강제 추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의 신속한 대응에 손 쓸 새도 없이 당하고 만 겁니다. 후속 꼭지로 당황한 정부 반응과 함께 라오스 현지 공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다음 날인 29일 추가 취재차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당 선교사가 라오스 당국에서 풀려나 새벽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선교사는 심신이 지쳐 있어 직접 인터뷰는 힘들다 했습니다. 대신 제보자가 그동안 현지 통화 사정으로 제대로 듣지 못했던 ‘억류부터 추방까지’ 과정을 자세히 들었다며 전달해줬습니다. “첫 검문 당시 대사관 직원이 탈북자임을 먼저 밝히라 했다”, “탈출 기회 충분히 있었다.”, “강제 추방 전까지 현지 공관은 단 한 번도 면담을 오지 않았다” 등의 내용이 쏟아졌습니다. 라오스 공관의 안일했던 대처가 낱낱이 드러난 정황으로 판단됐습니다. 오후 2시 반 뉴스에 제보자를 전화 연결해 전 언론사 중 처음으로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보도를 접한 몇몇 기자들이 내용을 전달하면서 외교부 기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타사도 서둘러 추가 취재에 나섰고 다음날 조간에는 “대사관이 구조 요청 묵살”, “한국 대사관이 탈출 만류”, “탈북 청소년들 탈출 기회 많았지만 대사관이 다 된 밥에 코 빠트리지 말라고 말해” 등의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앞서 YTN 보도가 나가자 외교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비판의 수위를 낮춰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팩트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보도 내용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각 사들이 크고 작은 1보 경쟁에 나섰지만 중요한 것은 북송 탈북 청소년들의 안위였습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이들 9명이 처형되지 않도록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첫 보도 언론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후속 보도를 이어가야했습니다. 그런데 6월 1일,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선교사측은 “최근 상황은 아이들 신변보호에 전혀 도움이 안 되며 본질을 변질시키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모든 언론활동을 접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러면서 물망초 재단 이사장인 박선영 전 의원에게 모든 활동을 일임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쪽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습니다. 탈북 청소년 9명의 모습이 모두 담긴 사진을 확보한 뒤, 선교사와 제보자를 다시 설득했습니다. 이후 전화 대신 주로 문자와 이메일에 응하면서 아이들의 정확한 얼굴과 이름, 유일한 꽃제비 출신이 아닌 백영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중국에서 함께 생활할 때 진행했던 면담 자료도 최초로 입수했습니다. ‘카레이서’, ‘연예인’, ‘여행가이드’ 등 아이들의 꿈과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꿈이 생겼는데”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가 나갔습니다.   

  YTN의 탈북 청소년 보도를 계기로 외교부는 안일했던 탈북자 대응책에 대한 점검에 나섰습니다. 탈북자 관련 공관의 조직과 인력 보강, 관련국과의 협력 체계 강화 등 후속 대책을 내놨습니다. 국제적인 반향도 컸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송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G8 정상회담 최초로 공동성명에 ‘탈북자 인권 문제’가 담겼습니다. 제보로 시작된 단독 보도를 후속 보도로 이어가면서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6월 21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탈북 청소년 9명의 좌담회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북송 23일 만. 남측에 유괴됐었고 학대를 당했다며 자신들을 구해주신 ‘김정은 원수님’을 찬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꿈이 있던 해맑음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좌담회 마지막 순서로 김정은 제1위원장 찬양가인 ‘불타는 소원’을 불렀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흘러가던 중 가장 어린 15살 노정연 양이 흐느끼는 모습이 화면에 클로즈업 됐습니다. 3번째 탈북도 실패로 끝난 그녀였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원수님의 은혜에 감격해 흘리는 눈물이라 했겠지만 제 눈에는 잃어버린 자유의 꿈에 슬퍼하고 절망하는 눈물로 보였습니다. 이번 보도로 국내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탈북 청소년 9명이 처형을 면하게 하는데 일조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어둠의 땅에서 신음할 그들과 또 북한 주민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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