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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선보도의 기본을 찾아서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방송기자들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지켜보고 있을까? KBS, MBC, SBS의 기자협회장이 만나 이번 대선의 의미와 대선에서 방송기자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_편집자 주

참석자 : KBS 함철 기자협회장, MBC 박성호 기자회장, SBS 김윤수 기자협회장
일시 : 2012년 9월 21일(금)
장소 : 여의도

 

 

 

 

 

방송기자에게 대선의 의미란

 

 

박성호(MBC) : 다가오는 대선을 방송기자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아시다시피 신문은 조중동, 한겨레, 경향 등 각자의 논조가 다양한반면 정보라던가 시각의 다양성은 한 신문 안에서 보장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어느 특정 신문만 본다면 유권자들이 편협한 시각에 빠질 수가 있는데 바로 그 지점을 방송이 보완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또 요즘 인터넷 언론과 팟캐스트 등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것이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어떻게 보면 공론장이 파편화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보여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방송이 토론의 장, 다양한 의견, 시각, 정보들이 나눠지는 공론장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합니다.

 

 

 

김윤수(SBS) : 아무래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다가올 정권이 여당이 되든, 박근혜 씨가 되던 정권교체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권 중에 아주 독특하게 가장 독특하게 옥죄었던 방송장악 사슬을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맞물려서 박성호 선배의 복직 길도 여기에 있는 것이고.(웃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방송이 많은 간섭과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시달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KBSMBC, YTN이 그렇게 노력을 해 왔었고요.

 

 

 

 

 

 

 

 

 

함철(KBS) : 이번 대선이 주목받는 이유에는 이런 측면들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우리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나아져 왔는데 현 정부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걸 한 번에 보여줬거든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권과 대통령이 갈수록 나아지는 게 아니라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선거 만큼은 후퇴한 역사를 한 발짝 더 발전시키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기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대통령 감이 안 되는 사람을 당선되게 하거나 또는 자격이 없는 사람을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방송매체는 어떤 사안을 고착화시키지 않고 선거에 끊임없이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예를 들어보면 선거 초반에 비전이나 능력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은 후보라 하더라도 방송이 그 후보의 본질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보여줌으로써 판세에 변화를 줬다는 것입니다. 어느 후보가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해석되고 있거나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해석될 때 방송들이 그동안 취재를 통해 구축해 온 물적 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선후보를 검증해줌으로써, 적어도 그런 모습들이 고착화되거나 초기에 국민들이 몰라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동정보도 속 가려진 정책보도

 

 

박성호 : 제가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제출했던 논문이 방송3사의 2008년 대선보도 분석이었거든요. 다 아는 부분이지만 방송3사의 대선보도가 지나칠 정도로 후보들의 선거 과정의 수행에 매몰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이 사람이 오늘 무엇을 했고 무슨 말을 했다와 관련된 보도의 비중을 계량화해 보니 전체 보도의 평균 35%나 되더라고요. 사별로 차이가 전혀 없어요.

 

그리고 저 역시도 반성한다면 선거보도를 전하는 프레임 자체가 게임싸움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지난 대선보도 중 구체적으로 후보들의 육성을 담아낸 보도를 분석한 결과 자신의 정책비전을 설명하는 내용보다 상대후보를 공격하거나 하는 내용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건 방송이 그런 부분만 골라 썼기 때문이거든요. 그게 방송이 선거를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이죠.

 

또 하나는 제가 주목했던 것이 정치부 기자들이 대선 때 본인들의 역할을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바로 종군기자로 말입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 기자들이 기사에 쓰는 용어들을 분석해보면 전쟁용어, 군사용어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느 후보가 강행군을 했다’, ‘포문을 열었다’, ‘선전포고를 했다’, ‘점령했다’, 연합전선’, ‘적진’, ‘뇌관등등이런 단어들이 거침없이 나오는데 이것도 역시 사별로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기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선거를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으로 보기 보다는 전황을 시시각각 전달하는 것으로 이미 내면화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과서 같은 말씀이지만 이런 것들이 실제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인지, 선거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보도들인지 아쉬웠고 신문들은 과거 대선이 뜨거워질수록 이념과 갈등 프레임을 즐겼는데 방송들 역시 덩달아 대선을 분열의 장으로 몰고 간 건 아닌가 하는 평가를 해봤습니다.

 


군사용어 사용의 예

1. 하루 종일 유권자들과 쉴새 없이 만나는 강행군으로 공식 선거 첫날
일정을 마친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정동영 이명박 두 후보가
TV광고전의 첫 포를 쐈습니다.(11월 27일)

2. 발끈한 한나라당, 신당이 이 후보를 비방하는 당원용 책자까지 만들었다며
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고 이른바 흑색선거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11월 28일)

3. 이틀째 최대 표밭인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출근길 시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유세를 시작했습니다.(11월 29일)

4.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즉 이회창 후보까지 아우르는 공동 전선
만들자는 겁니다. (12월 6일)

5. 그리곤 곧바로 적진이라 할 대구 경북 지역을 찾아 ‘영남권 철도 건설’을 비롯한
지역 공약을 발표했습니다.(12월 8일)

6. …BBK 뇌관 제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남은 2주도 급박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12월 5일)

 

 

좋은 이야기를 하자면 정책 보도, 정책 선거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3사 모두 정책에 대한 보도는 많이 늘었고 진화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SBS는 매니페스토 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검증 시리즈가 상당히 틀이 잡혀 있고, KBS도 검증과 관련 심층취재를 할 때 보면 깊이라던가 하는 부분이 가장 돋보였던 것 같고요. 다만 MBCSBS 정책보도들이 대개 큐시트 후반부에 잡혀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김윤수 : 이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책보도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아무리 쉽게 쓴다 해도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된 방송뉴스에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재미가 없어요. 당연히 공정한 방송의 원래 취지에 따르자면 큐시트 앞부분에 하드한 뉴스로 가야 하지만 시청률이라는 방송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셨듯이 옛날보다는 나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도 정책보도를 거의 못하다가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손잡고 선거 공약 검증을 매년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매니페스토 운동본부에서 내놓는 자료들은 계약이 되어 있으니 의무적으로 다뤄야 하는 부분인 것이죠.

 

 

 

저는 과거의 선거보도와 관련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분명히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가 나올 것입니다. 네거티브가 나오면 당연히 검찰이 관련 사안을 다루겠죠. 이때 기자들이 취해야 할 스탠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제16대 대선과 제17대 대선입니다. 16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씨 아들들의 병역비리가 문제가 됐었고 제17대 대선에서는 BBK가 문제가 됐었죠. 이때를 두고 보면 각 대선마다 기자들의 스탠스가 분명히 달랐습니다.

 

사실 병역비리는 누가 봐도 병역비리가 맞았기에 문제가 쉬웠습니다. 누가 되더라도 검찰 수사결과야 대선이 끝나고 나오게 되지만 그 당시 상당히 많은 기자들이 매달려 법적인 증거를 찾아 다녔습니다. 반면 BBK때는 한겨레 정도만이 끝까지 매달려 왔던 것 같아요. 워낙에 내용이 어려운 사안이기도 하지만 기자들이 대부분 중도에 포기를 해버렸죠. 이번 대선에도 비슷한 검증보도 이슈가 터질텐데 그때 기자들이 이를테면 본인이 기자라면 실체적인 진실을 끝까지 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찾지는 못할 수 있을지언정 끝까지 파보는 스탠스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언론사의 문제제기 필요 

 

 

함철 : 과거를 돌이켜보면 사실 동정보도가 가장 쉽습니다. 왜냐면 똑같이 다뤄주니 무난하고, 균형도 지키기 쉽고, 톱으로 배치하면 모든 시비로부터 자유롭고, 외부로 공격받지 않을 요소가 많죠. 그러다보니 품이 많이 드는 정책검증은 피하게 된 부분이 많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 ‘골고루 분배 하겠다정도의 문제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결국은 자질이 있는 사람이냐?’, ‘도덕성을 갖춘, 부정과 비리가 없는 사람이냐?’ 이런 걸로만 국한해서 보도가 이뤄져 왔는데, 그것도 참 힘든 게 유권자인 시청자에게 얼마나 소구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확립된 게 없더라는 거죠.

 

 

 

후보들의 정책 검증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후보들이 발표하고 언급한 정책만 비교하려고 했는지,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의제를 가지고 여러 후보에게 물어서 그것으로 차별화 하려는 보도 태도를 갖지 못한 부분이 그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용기가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각각의 언론사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제를 제기했을 때, 후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후보들이 정책을 발표하지 않으면 언론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정당, 후보 간의 공방은 국민들에게 큰 관심과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의례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론사는 후보들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사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관심과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방송이 밝혀낸 것 뿐 만 아니라 한발 더 나가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언론사가 자기주도적으로 후보들을 검증해나가는 부분이 이번 대선보도에서 좀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수 : 저 역시 동의하고 좋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언론사가 전문성이 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구하고 테마를 잡아 의제설정 해서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SBS의 경우 기회를 잘 잡은 것이 매니페스토 운동본부입니다. 그런 역할을 해 주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매니페스토 운동본부가 자료를 내면 SBS가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타사에서 가끔 뺏어 쓸 때가 있습니다.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수동적으로 받아쓰려고만 하는

 

사실 그런 운동본부를 만드는 것 어렵지 않잖아요. 시민단체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언론사의 자체 역량으로 하기 힘들다고 한다면 공신력 있고 전문성 있는 기관과 연계해서 진행 하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성호 :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함철 회장님 말씀처럼 그들의 아젠다(their agenda)우리의 아젠다(our agenda)냐는 측면이요. 그들이 던지고 강조하는 아젠다보다는언론사가 나서서 제기를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성범죄에 대한 처벌수위를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쌍용차 문제에 어떤 입장인가. 미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요. 언론사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는데 공감합니다.

 

SBS 회장님말대로 매니페스토와 함께하는 모습은 좋은 계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언론사의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시민사회의 전문가, 단체와 소통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총선 시기의 BBC를 보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복잡한 조세정책을 발표하면 기자들이 스스로 분석하기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런데 BBC의 경우 선거 전에 이미 영국의 관련 학회와 계약을 맺어서 연관된 보도자료가 나오면 분석할 수 있도록 모두 그쪽으로 몰아주더라고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몇 줄로 요약해서 쓰면 그만이잖아요. BBC의 경우 데일리 뉴스는 그렇게 처리하더라도, 자료 분석이 3~4, 길면 5일 까지 걸리더라도 학회의 전문가들이 각 당의 정책을 분석해서 보고서를 내 놓으면 그걸 다시 심층취재를 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우리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함철 : KBS에서는 관련 팀간에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탐사보도팀><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하 ‘<진실검증단>’)>이 있는데 <진실검증단>은 후보들이 쏟아내는 주장이나 자격에 있어서 진위를 검증하는 곳이고 <탐사보도팀>은 후보를 둘러싼 여러 가지 자료들을 파악해 분석하고 비교해주는 역할들을 하려고 합니다. <탐사보도팀>이 대선 관련 보도를 안 할 수 없는데 회사는 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실검증단>이 있으니 대선은 건들지 않길 바라는가장 핫한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조직인데 그걸 다루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역할 분담을 가져가려 합니다.

 

 

 

박성호 : 바람직 한 것 같습니다.

 

 

 

소극적이고 연성화된 편집의 문제

 

함 철 : 기자협회 모니터단이 가동 중인 KBS에서 보면 기본적인 현재 대선보도의 느낌은 KBS, MBC가 같이 가는 것 같고 SBS가 독보적으로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별 아이템의 문제가 아닌,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겠는데 우리는 편집이 대단히 연성화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핵심에서 빗겨가서 논란의 여지를 피하려고 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SBS의 대단히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편집이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건 언론사의 자세가 드러나는 부분이죠. 모든 언론사는 공세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수세적으로 편집을 한다는 사실은 시장논리라던가 언론사의 기본적인 저널리즘 철학에 입각했을 때는 잘못된 모습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SBS는 잘하고 있고 KBS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부족하고 아쉽기에 많은 기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김윤수 : KBSMBC가 힘든 시간을 겪었고, 여전히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포장된 측면이 있긴 합니다. SBS가 예전보다 반보정도 나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해서 잘하고 있다 할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동료들과 <진실검증단>에서 한 부분에 대해 최선의 취재, 궁금증이 풀리는 취재를 했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이런 보도가 대단히 필요한데, 우리는 인력의 한계와 구상의 부족으로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는 푸념도요. 인력 핑계를 언제까지 댈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측면에서 KBS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호 : 우리 기자들 사이에서도 <진실검증단> 보도에 대한 호평이 많습니다. 팀 구성 자체도 절묘했고, 확실히 그런 팀을 짜니 보도의 질이 달라진다는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보도 조직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잘못을 논할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걱정스런 징후들이 여러모로 보이고 있는데, 외부의 평가가 그렇습니다. 박근혜 후보 쪽으로 상대적으로 기울고 안철수 후보에 뭔가 불리할 것 같은 이슈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입니다.

저희들의 문제는 뉴스보다는 정치부 조직, 인적구성이 문제라고 봅니다. 아시겠지만 대선 때는 노련한 정치부의 역전의 용사들을 불러 모으는 정치의 계절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에는 국회반장이 기상전문기자로 입사한 기자고, 여야 반장들은 국회 출입 경험이 짧고, 현장 기자들은 대선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가 없습니다. 나머지상당수가 파업 대체인력(시용기자)로 채워졌죠. 대선 뿐만 아니라 국회 출입 경력 자체가 풍부하지 않은그러다보니 정상적인 대선보도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치부의 잔뼈 굵은 기자들은 신사옥 건설단, 경인지사 광고담당, 교육발령 받아서 교육받고 있고. 저희 내부적으로는 대선 보도를 포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정한 보도, 시민들의 이슈에 주목해야

 

박성호 : 올해 대선보도에서 기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는 공정성이 아닐까 합니다. 불편부당함과 중립적인 태도를 말하잖아요. 그런데 5:5로 말하는 것, ‘저쪽 10초면 이쪽도 10는 바보 아니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걸 했다고 해서 방송이 공정보도를 했다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고저도 정치부에서 선거를 여러 번 겪으며 생각했던 건데 중립이란 것은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일관성 있는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윤리적인 이슈를 검증하려 할 때 누구의 비리는 축소해서 다루고 누구의 비리 의혹은 부각해서 다뤄선 안 되죠.그것 때문에 사실 사람들이 언론에 대해 의도가 있다’, ‘노림수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 되풀이 되어왔던 게 아닌가 싶어요. 실제 저희도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도 의혹 제기가 있을 때 그런 비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됐었죠. 이번 선거에서도 그 부분이 엄정하게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덧붙인다면 야권의 단일화가 주요 이슈가 되어 있잖아요. 현실적으로 언론이 이 부분을 다루는 것은 당연한데, 저는 정치엘리트, 정치집단들의 이합집산에 언론이 관심을 과도하게 갖다보면 대선 국면에서 주목되어야 할 시민사회 혹은 생활의이슈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건 아닌가, 유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함철 : 저는 기술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화면에 리포트를 요약해 보여주는 어깨걸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이게 중요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편집기자가 쓰고 데스킹을 거치지만 원고만 보다 보면 편집기자들이 미쳐 못 보는 부분도 많다는 것이죠. 몇 글자 안 들어가는 그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심어주는 영향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지만, 아까 말씀하셨듯이 전쟁보도처럼 써내는 기사 형식처럼 대선보도에서 잘못 된 부분들이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별성을 잃어가기도 하고요.

후보 간의 공방을 다루며 그것에만 끌려 다니다 보면 언론사는 차별성을 가질 수 없고 질적 공정성을 기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똑같은 분량의 문장, 녹취. 기자들이 워딩을 사용할 때 비슷한 단어를 사용할 때, 문장이 똑같아진다는 거죠. 무차별적으로 반복될 때 보도에 대한 신뢰성, 영향력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게 아닌가 합니다. 리포트하긴 편하고 쉽죠. 원고를 그만큼 빨리 작성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러나 그런 부분에서 더욱 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그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기계적 중립성,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윤수 : 제가 정치부에 있을 때도 그렇고 어디에서나 지상파 방송의 대선보도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눌 때 늘 하는 이야기인데 이번 대선보도만큼은 기계적인 중립성에서 탈피해보기 위한 노력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어느 한 곳에서 이야기를 내 놓았을 때 미쳐 준비가 안됐거나 기타 이유로 다른 한쪽의 반응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방송뉴스들은 이걸 기계적으로 똑같이 실어준단 말이죠. 그렇게 되면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빈약해집니다.

유권자들이 알아듣게 써야 합니다. 알아들으려면 이쪽이 주장하는 것을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충분히 써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꼭지를 분리하는 겁니다. 야당이 여당 후보를 공격했다면 그들의 주장을 한꼭지 내에 충분히 써주고 그 다음 꼭지에 여당 주장이 있으면 다음 보도에 역시 충분히 다뤄주는 것이죠. 한 꼭지 안에 사안에 대한 설명과 각자의 주장을 넣으면 아무도 못 알아 듣습니다. 우리는 계속 한꼭지 안에 종합만 하려 하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군소정당의 반응까지 붙이면 핵심 이야기를 겉돌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에 배경도 모르게 되죠. 이번에는 기계적인 중립성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철 : 기계적인 중립성은 우리가 가장 노골화돼 있죠. 소위 말해서 선명한, 야마가 없는 리포트가 많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건 취재 영역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편집의 영역입니다. KBS 기자협회가 대선 보도 모니터하며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부분은 단일 아이템에서 기사작성시 왜 이런 워딩이 사용되고 이렇게 구성됐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크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편집의 흐름과 경향이 반영된 편집 태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심지어 데일리 모니터보다 중요한 부분이 주간 모니터고 월간 모니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저희는 편집이 이런 부분들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취재 부분은 조율하려면 상당히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편집은 간단합니다. 제목을 박아놔 버리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편집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성호 : 방송기자들이 공동으로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봅니다. 각사가 선거보도를 하며 여전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잖아요. 각사가 개표방송을 하는 선거방송기획단얼마나 업그레이드를 잘 합니까. 한번 할 때마다 타사 모니터, 해외방송 트렌드 분석을 비롯굉장히 역량을 집중해 왔는데, 데일리 뉴스의 선거보도에서는 그런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죠.

용어선택이라, 관행적인 잘못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관련 내용들을 리스트 업 해서 선거 앞두고 부장이나 반장이 며칠 고민해서 공유하면 되거든요. 제가 정치부 초년때도 보면 체계적이지는 않아도 이런 건 있었습니다. 선거에서 유리한 지역을 지칭하는 텃밭이라는 단어를 못 쓰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남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다이런 이야기를 해버리면 영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완전 무시해버리고 지역 정치 구도의 고착화를 만들어버리는 참 나쁜 표현이라는 이유에서요.

역시 아시겠지만 여론조사 보도에서 숫자가 더 높더라도 앞선다라는 설명은 안 쓰는 것이 기본 상식이잖아요. 그런데 경험 없는 데스크와 기자가 만났을 때 그런 보도가 여과 없이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방송사 내부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들이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관행적으로 이어진 부분들을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국회반장, 여당반장 할 때 재보선, 지방선거 치르면 틈날 때마다 지난 선거는 어떻게 치나 양적으로 질적으로 통계를 내고 우리의 약점은 어디냐 늘 특징을 추리곤 했습니다. 우리의 미진한 부분들을 보완하도록 후배들에게 주문도 하고 그랬는데, 이건 기자 개인의 문제보다는 보도국 차원에서 뒷받침 한다면 선거보도의 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김윤수 : 정치보도라는게 국부장의 성향은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지우지 되는 부분이 많잖아요. 저 역시도 백서란 기록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간단하게 시작을 하면 두 선배가 말씀하셨던 용어문제부터 방송기자들이 함께 해도 좋을 노력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모두 동의하니까요.

 

박성호 : 대선보도에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전파를 탈 여지가 늘 적습니다. 민심탐방 르포에서 각본에 짜여진 듯한 인터뷰 아니면요. 정작 표를 찍어줄 결정권자, 주인들인 유권자들은 TV뉴스에서는구경꾼들로 전락하잖아요.

우리 뉴스들이 정책이슈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이 전문가들 인터뷰에 의존니다. 해외 뉴스를 보니 정책이슈를 다뤄도 시민들의 노골적인 견해, 찬반, 현실적인 내용을 표출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의 견해를 접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인터넷, SNS를 통해 자기 의사표현을 하고 사는 시대잖아요. 그러면 우리 전통적인 방송 미디어가 이런 흐름, 능동적인 유권자에게 공간을 지금까지 만들어 주지 못해 왔는데 이것을 어떻게 좀 마련할 수 있는지도 이번 대선 앞두고 아이디어를 짜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함 철 : 화면도 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카메라기자들은 이런 고민이 있더라고요. 현장에서 후보들의 동정을 보도하다 보니 인파를 찍게 되는데 어떤 후보는 인파가 많아 카메라기자들이 자리 잡기 위해 경쟁해야 할 정도고 반대로 어느 후보는 눈에 띄게 적더라는 거죠. 화면에서만큼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고 싶어도 너무 표가 날 정도로 차이가 날 때가 있더라는 것이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짜 없어도 있는 것처럼 화면을 써야 하는 건지. 후보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을 때와 후보를 보기 위해 거리를 꽉 채우는 상황에서 풀샷은 어떻게 가야 하는 건지 등등이런 고민들이 사실 있더라는 것이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이 저도 들더라고요. 이걸 여과 없이 보여주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촬영기자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죠. 이것 또한 앞으로 함께 고민해봐야 할 과제 같습니다.

 

 

Posted in 2012 가을호, 기획 &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