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자 폭행은 민주노총 창립취지 ‘부정’

4.3 항쟁 기념일에 국회 앞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간이 사다리를 놓고 영상취재를 하던 MBN 기자가 집회 참가자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것이다. 발목 등을 다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폭행과 폭언을 행한 몇 명만으로 민주노총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날의 집회는 민주노총 위원장 등 핵심 집행부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어떤 단체인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이어진 노동자대투쟁의 소중한 성과들이 모여, 어렵게 탄생한 조직이다. 민주노총의 창립선언문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의 그 날까지 힘차게 전진하자!”로 마무리된다. 또 민주노총 구성원을 ‘사회개혁과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노동자의 권리 향상이 목표인데, 언론 노동자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폭언이 쏟아졌다. ‘노동법 개악 저지’가 집회의 목표인데,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방송기자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더 수치스러운 것은, 폭언과 폭행을 당한 MBN 방송기자 역시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점이다.

 

특정 언론사의 보도 관점에 대해 모든 시청자가 동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사의 관점에 불만이 있다고, 소속 언론사의 기자를 폭행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비웃을 일이다. 특정 보도에 대한 불만은 언론중재위나 법원을 통하거나 다양한 의견 개진방법을 이용해 대응해야 한다.

 

박정희 독재시절, 정권과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적잖은 기자들이 경찰과 안기부로 끌려가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1974년 동아투위 선배들이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세 번째 결의사항은 ‘언론인을 불법 연행 폭행하지 말라’였다. 수적 우세를 이용해, 집회를 취재 중인 기자를 폭행한다면, 과거 군부독재의 하수인들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거듭 말하지만 민주노총은 6월 항쟁의 성과로 탄생한 조직이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숨져간 이한열 열사 등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소중한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본은 ‘언론의 자유’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 땅 3천 명 방송기자들의 뜻을 모아 강력히 주장한다.
첫째, 언론자유를 폭행과 폭언으로 짓밟은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은 책임 있는 사과를 하라!
둘째,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집회 참가와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라!

 

2019년 4월 4일
방송기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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