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회 지역뉴스부문_장관님, 의원님의 수상한 연구용역 집중 추적_MBC충북 정재영 기자

0.1%의 가능성에 도전

국회사무처가 혈세를 들여 지원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말 그대로 국회의원들이 국민(지역민)의 뜻을 충실히 반영한 법안과 정책을 만드는 것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MBC충북이 지역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실태를 취재해 폭로한 것은 바로 입법 및 정책개발비 가운데 한 항목인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입니다. 1건당 500만 원까지 쓸 수 있고, 의원이 원하는 전문가를 지정해 의뢰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이 공개되지 않아 제대로 썼는지 그들만 아는 짬짜미 용역으로 불립니다.

이 사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뉴스타파가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획한 국회의원 세금도둑 시리즈 연속 보도를 접한 이후부터입니다. 변호사이자 회계사인 하승수 대표가 이끄는

‘세금도둑 잡아라’가 중심을 잡고 있었는데,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와 관련해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의 사례가 언급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 전화를 걸었던 게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름이 많이 알려졌거나 의혹이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증하다보니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겁니다. 8명의 충북 의원은 지역 언론이 검증해보자는 생각으로 취재를 결심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지역 언론이

검증에 도전하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동력이 됐습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

취재는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국회사무처가 20대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의 연구용역 보고서 원문을 보여 달라는취재진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는 바람에  ‘세금도둑 잡아라’가 확보한 일부 자료를 협조 받아 검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역의 주제와 수행자 등 최소한의 정보만 있는 신청서를 바탕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표절 의심 논문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국회도서관과 각종 학회 자료실 등을 뒤졌는데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습니다. 의심 논문 수십 건을 일일이 분석한 끝에 목차와 구성이 상당히 유사한 3편을 추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만 밤낮으로 한 달 넘게 매달렸습니다. 보고서 원문은 각 의원실에 사정하다시피 요청해 일부나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가운데 2건은 표절 의심 대상이었습니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어가며 비교해 결국 도종환 장관, 정우택 의원의 보고서가 전직 비서관 등에 의해 표절, 짜깁기 된 것이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의원 눈치를 보느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회사무처의 태도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보고서를 한 건도 공개하지 않은 변재일 의원도 함께 비판했습니다. 의원들은 보도 하루 만에 문제를 인정하고 지원받은 혈세 650만 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취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20대 국회 충북 국회의원들의 다른 연구용역 보고서와 과거부터 한 사람에게 꾸준히 용역을 맡긴 수상한 사례들도 아직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국회사무처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세금도둑 잡아라’는 공개 판결이 나올 경우 MBC충북에 모든 자료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승소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결과가 나오면 다시 취재와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노력을 높게 평가해 수상의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들과 방송기자연합회, 그리고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준 신병관, 임용순 국장 이하 보도국 식구들, 마지막으로 취재에 많은 도움을 주신‘세금도둑 잡아라’하승수 대표, 기꺼이 자료 제공에 협조한 MBC 탐사기획팀 백승우 기자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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