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호 기자의 포토에세이] 봄을 기다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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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려 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설원雪原에 서있는 나무와 여우 발자국…
그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충분히? 먼 거리에 있음에도 누구 하나 가까이 접근해서 찍으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 눈밭에 발이라도 디딜라치면 바로 질책叱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연스런 그대로 놔두라며…
한두 사람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 수많은 발자국이 이어질 것이고
끝내는 그 깨끗한 이미지의 눈밭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아무도 딛지 않은 하얀 눈밭에 영화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연출한답시고
뒤로 벌렁 누우며 큰 대자大字의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
혹은 첫 발자국을 남긴다며 여기저기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
결국은 잔뜩 어질러진 눈밭이 남을 뿐이다.
봄날의 야생화나 초가을의 꽃무릇이나 요 근래에 유행을 타기 시작한 핑크뮬리 등
각종 꽃 축제 현장 또한 다르지 않다.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이 있거나 줄이 쳐져 있지만 그 경계는 오래지 않아 뚫리고
너도나도 손해라도 볼세라 드나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엔 듬성듬성 뭉개지게 되고
예쁘게 꾸며놓은 꽃밭은 처참하게 짓밟힌 모습으로 남게 된다.

뒤에 오는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配慮하는 모습으로 아름다운 현장을 대한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텐데….

그런 따스한 마음으로 모두가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새삼 그러한 봄을 기다려본다.

SBS A&T 서경호 부국장 (영상취재팀)

Posted in 2019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서경호 기자의 포토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