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 외유성 다낭 출장 취재기] “의원님! 김용균 법·유치원 법 두고 어디가십니까?”

[자유한국당 의원 외유성 다낭 출장 취재기]
“의원님! 김용균 법·유치원 법 두고 어디가십니까? – 본회의 팽개치고 다낭으로 떠났던 자유한국당 의원 취재기

YTN 우철희

 

 

 

 

 

현장03_다낭_메인

 

 

 

 

 

 

 

 

 

 

“에이 설마요, 오늘 본회의인데 떠난다고요?”
정치부 기자로 국회에 출입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을 무렵인 2018년 12월 27일. 숱한 정신없는 날 가운데 유독 더 정신없었던 하루로 기억된다. 마지막 본회의. 국정감사의 핫이슈였던 ‘유치원 3법’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숨을 거둔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 씨 참사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처리, 여기에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을 둘러싼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여부까지…. 여야 대치는 극에 달해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의 상황은 다낭 취재기의 도화선이 됐다. 국민들의 시선은 온통 유치원 법과 김용균 법 처리에 쏠렸는데 정작 해당 상임위 소속인 곽상도, 신보라 의원이 어느 때부터 국회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수상한 촉에 여기저기에 셀 수도 없이 전화를 돌렸고, 결국 뭔가를 잡았다.

 

“한국당 소속 국회 운영위원들, 베트남 다낭 시찰 일정이 있어서 공항으로 떠났다”
설마 이 중요한 시점에 해외를 갔겠냐는 의심과 황당함의 경계 속에 의원회관과 운영위 행정실 문을 두드리고, 본회의 TV 화면 속 재석의원 명단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대조하는 등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방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결국 ‘팩트’가 확인됐다. 곽상도, 신보라 두 의원과 며칠 전까지 원내 사령탑이던 김성태 의원, 장석춘 의원까지 모두 4명의 의원이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이다. 김용균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유치원 3법이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되는 바로 그 무렵, 의원들은 국회가 아닌 다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고, YTN을 통해 첫 보도가 나갔다.

 

비공개에 급조된 일정 수두룩…. “YTN 덕분에 일정 조정 중”
뭐가 그리도 급했기에, 얼마나 중요한 일정이기에, 소관 업무도 국회 운영인 우리 의원들께서는 본회의까지 팽개치고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었고 알아야만 했다. 단지 “떠났다”라는 보도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정 예약 등을 담당한 국회 운영위 행정실에서는 예산이 얼마가 들었는지, 현지에서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기자들의 요구에 선뜻 공개했다간 의원들에게 혹여나 봉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곤혹스러움이 역력했다. 입을 열지 않았다. 어렵사리 ‘양국 교류 협력 강화와 다낭 무역관 개소, 교민 애로사항 청취’ 등 대략의 출장 목적과 일정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수도 하노이를 두고 왜 하필 관광지 다낭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다낭 무역관은 현지 확인 결과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였기에 외유성출장이라는 심증만 굳어져 갔다. 세부 일정표가 반드시 필요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숱하게 접촉한 끝에 마침내 한국당 관계자로부터 세부 일정표를 입수했다. 3박 4일을 머무는 숙소는 초호화 리조트. 본회의를 뒤로하고 떠난 첫날 일정이라고는 만찬과 숙소 체크인이 전부였다. 일정표 곳곳은 확정조차되지 않은 비공식 일정, 사실상 빈칸으로 수두룩했다. 혈세를 들여 떠난 국회의원의 출장이 사전에 일정조차 조율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취재를 안 했으면 그 시간에 뭘 했을지 그들 말고는 알 도리조차 없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YTN 덕분에 일정 전면 조정 중”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빈칸을 급조된 일정으로 채우고는 현지 사진과 동영상까지 보내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외유성 출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된 뒤였다.

 

비밀리에 조기 귀국…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본회의를 뒤로하고 떠났다는 최초 보도에, 곳곳이 텅텅 빈 일정표와 초호화 숙소까지 공개한 후속 보도로 이미 여론은 들끓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떠났어야 했는지, 혹여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한마디는 하지 않을지 의원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야 했다. 어떻게든 돌아오는 귀국 날짜를 정확히 아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세부 일정표까지 공개된 터라 철저하게 비밀리에 붙여졌다. 답답함이 밀려들 무렵 열쇠가 된 건 제보였다. YTN의 보도를 눈여겨 본 시청자 덕분에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일정을 앞당겨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홀로 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말이지만 인천공항으로 급히 출동했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를 무렵, 아쉽게도 예정된 출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 확인됐다. 전화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라는 뒤늦은 사과를 들을 수 있었다. 본회의를 뒤로하고 함께 떠났던 신보라, 곽상도, 장석춘 의원 역시 본래 일정보다 앞당겨 취재진을 따돌린 채 귀국했다. 다만, 귀국 당일 국회에서 우연히 만난 곽상도 의원은 사과 대신 “특별히 드릴 말씀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현지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고, 대체 왜 일찍 돌아온 건지, 혹 국민의 대표라는 직위를 잊은 건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

 
“진실을 전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연속보도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국회 차원에서도 대책이 나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해외 시찰이 외유성으로 흐르지 않도록 적절성 평가와 사후 보고서 공개 등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다. 뿌듯했고 기뻤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사안만을 넘어 해외 시찰 전반에 대한 적절성을 짚어보는 것까지 나아가진 못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공정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84일에 걸친 파업 이후 새롭게 라인업된 YTN 정치부 국회팀에서 해낸 의미있는 보도이자 국회의 그릇된 구습을 타파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해보려 한다. “진실을 전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슬로건이 빛바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Posted in 2019년 3.4월호,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