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영상취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혼란 속의 질서, 정치뉴스 영상취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간

[정치뉴스 영상취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혼란 속의 질서, 정치뉴스 영상취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간

KBS 박진경 기자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영상편집부 부장/전 국회출입 영상반장)
특집04_메인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뉴스가 생산되는 곳, 국회다. 그러다 보니 각종 크고 작은 매체의 언론들이 출입하며 각축장이 펼쳐진다. 출입했던 영상기자의 입장에서 내·외부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영상취재의 풀Pool 문제와 과도한 취재 경쟁 그리고 취재현장 규약이 없어서 빚어지는 문제점들에대해서 몇 가지 현상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회 영상취재 풀 시스템 현황
현재 국회에는 3개의 영상 풀이 있다. KBS, MBC, SBS, YTN, MBN 등 6개사가 지상파 및 기존 미디어 위주 풀단을 구성하고 있고, JTBC, 채널A, TV조선, 연합뉴스TV 등이 신생 종편 풀단을 구성하고 있으며, 아리랑TV, KNN, EBS 등이 사안별로 비정기적 풀 활동을 하고 있다. 지상파 위주 풀단을 기준으로 보면 각 사별 4명의 영상기자를 출입시키고 정당별 일정과 국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파악한 뒤 풀단 참여사의 취재요청을 반영하고 조율해 영상취재 아이템을 결정한다. 물론 돌발적인 상황취재도 같이 나눠서 커버하고 있다.

 

영상 풀 취재 필요악인가?
언론사마다 조직개편이나 취재 관행의 개선을 논의할 때 국회 영상 풀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자주 지적했을 것이다. 방송사별로 영향력이나 조직력의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풀 시스템을 통해 똑같은 영상을 사용하면서 다양성이 떨어지니 풀을 깨고 각 사가 정당한 경쟁을 통해 영상취재 하자는 것이다. 좋은 취지의 바른 지적이다. 현실은 어떨까? 만약 한 방송사 정치부 아침 회의에서 그날 취재할 아이템을 결정하고, 계획된 일정만 취재해서 방송한다면 풀 영상 없이도 뉴스 제작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취재 계획에 없던 유력 정치인이 돌발 발언을 했는데 그것이 중요한 사안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국회 앞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국회 본관으로 난입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많은 중요한 일정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정들은 미리 파악한 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돌발적인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돌발변수를 감내할 정치부 데스크나 회사 대표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영상 풀 시스템은 최고의 차선이다. 다만, 출입 기자단이 자체적으로 풀 영상취재를 필요
한 수준으로만 유지하면서 각 방송사별 기획 취재 등을 통해 다양성을 담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언론사 간 지나친 경쟁과 정치인의 언론 이용하기
국회 내 취재 경쟁은 늘 치열하지만, 신생 종편이 개국하면서부터는 그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방송되는 화면 중에 정치인이 복도를 걸어가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한다. 정치인과 공적 사적으로 친한 기자들이 한둘이겠는가. 정치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논쟁의 한 가운데 있는 정치인에게 접근해 말 한마디라도 따보려는 기자들의 노력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정리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낮은 단계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언론을 통해 흘려서 정치적 목적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치인 본인이 TV에 나오는 것 자체로도 큰 성과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선 어떨까?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들,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논쟁들을 듣고 싶을까?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국회 취재 환경을 살펴보자. 현재 국회 어느 건물 안에서도 취재진은 정치인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댈 수 있다. 정치인 본인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아무런 제지가 없다. 심지어 정치인이 인터뷰를 거부하는 화면도 요긴하게 쓰이곤 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자들은 무한 경쟁으로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일단 들이대고 본다. 한 발 떨어져 그런 현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건 도떼기시장과 다름이 없다. 정치인과 기자가 만나 자유롭게 취재하는 것은 민주적이지만, 그 모든 과정을 녹화하거나 녹음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다.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필자는 취재차 미 국회의사당을 자주 방문했다. 수많은 의회 건물 어디에서도 복도에서 돌발 인터뷰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언론에 공개된 청문회장이나 기자 회견장, 의원실, 혹은 사전에 세트가 꾸려진 복도에서만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할 뿐이다. 영국 의회 등 기타 여러 선진 의회 시스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 대표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에서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득달같이 달려 들으며 인터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나는 복도에서 인터뷰 안 합니다.”라고 거부했다. 입법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국회 내에서 카메라, 마이크, 녹음기는 사용할 장소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바닥에 앉아 있는 타자수?

특집04_사진1정론관, 국회 안에 있는 기자회견장이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이든 시민사회단체에서든 관련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취재가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공간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론관에서는 입장 발표만 하고 정작 기자들의 질문과 관련자의 답변은 정론관 바로 밖 복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정치인이 있다고 치자. 그는 정론관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바로 밖으로 나가 복도에 서서 일명 빽블(백브리핑)이라고 불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수십 명에 이르는 기자들은 복도 바닥에 죽치고 앉아 그 답변을 노트북에 받아친다. 그 뒤에는 영상기자들이 모든 답변을 촬영하고 있다.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내려다보며 답변하는 정치인도 입장이 난처할 것이고 기자들도 모양새가 떨어질 것이 뻔한 상황인데, 언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는 복도에서의 빽블은 공식적인 절차로 굳어졌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특별한 취재공간이다.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취재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취재 규약이 없는 취재 행위의 결과물은 민주적이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혼란한 국회발 화면이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될 때 이득을 거머쥐는 세력은 선량한 민주시민이 아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취재규약들이 국회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Posted in 2019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 정치보도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