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 속 정치 보도의 딜레마] ‘진영 논리’에 갇힌 한국 정치,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진영 논리 속 정치 보도의 딜레마]
‘진영 논리’에 갇힌 한국 정치,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일시 | 2019년 2월 15일(금)
참여자송형국 본지 편집위원장(KBS), 한세현 본지 편집위원(SBS), 김주영 본지 편집위원(YTN), 정연욱 기자(KBS 정치부), 오현석 기자(MBC 정치부), 김문영 기자(MBN 정치부)
정리 | 한세현 본지 편집위원(SBS)

‘정치보도’ 의 딜레마
바야흐로 ‘정치의 시대’다. 고대부터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정치’가 존재해왔지만, 전문가들은 오늘을 진정한 ‘정치의 시대’라고 칭한다. IT 기술 발전 속에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가감 없이 편히 밝힐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활발해진 정치 참여는 ‘나와 너’ 각자의 진영 논리를 공고하게 하는 현상으로도 이어졌다. 정치인과 시민을 연결하는 ‘소매상’ 격인 기자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까? SNS 메신저 단체 대화를 통해 각 언론사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짙어지는 정치적 ‘진영 논리’

특집01 - mbn 최저임금 수정한세현(편집위원/SBS)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정치의 ‘진영 논리’가 짙어진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IT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댓글 혹은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힐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인 듯합니다. 현장에선 어떤 점을 많이 느끼시나요?

정연욱(KBS) ∷ 저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진영 논리에 대해 고민해보게 됩니다. 고민보단 ‘혼란’에 가까운 거 같은데요. 가령 대통령이나 여야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기사에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릴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여론조사 결과가 본인 마음에 안 든다는 내용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보도하는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데도 ‘KBS가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김문영(MBN)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해 보도했어요. 그런데 한 시청자가 “누가 그렇게 생각하느냐?”라며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을 올렸더라고요. 믿고 싶지 않은 결과였던 거죠. 올바른 방법을 통해 나온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거라 당혹스러웠습니다.

김주영(편집위원/YTN) ∷ 공감합니다. 우든 좌든 비판의 성역은 없어야 한다고 믿고 보도하는데, 돌아오는 반응을 보면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에서 연이어 실언이나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당연히 비판을 계속하게 되는데, 그럴 때 ‘특정 이념에 경도됐다’라는 공격을 받곤 했습니다.

오현석(MBC) ∷ 지난 1년을 살펴보면, ‘드루킹’, ‘손혜원 의원’, ‘5·18 망언’ 등에서 그런 반응이 많았던 거 같아요. 이런 이슈들은 솔직히 기사를 쓰고 오디오 읽으러 갈 때부터 ‘아, 댓글이 어떻게 달리겠구나’ 예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웃음)

정연욱(KBS) ∷ KBS는 최근 정치 뉴스가 ‘친정부, 친여 성향’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요, 신재민이나 김태우, 손혜원 이런 기사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폭로 내용을 검증해야 하는 등 보도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이유로 신중히 접근하면 “여당에 불리한 뉴스는 소극적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널리즘에 충실해지려는 노력’과 ‘진영 논리’가 충돌하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송형국(편집위원장/KBS) ∷ 사내에서는 취재 과정이나 기사 작성할 때 이런‘진영 논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정연욱(KBS) ∷ 논의 과정에서 진영 논리까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김태우 TF’에서 취재를 했는데, 이 아이템은 ‘저쪽이 이렇게 반응할 테니 이걸 조심하자’, 이런 식의 염려는 누구도 하지 않았거든요.

김문영(MBN) ∷ 저희도 기획 혹은 취재 과정에서는 진영 논리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드루킹’이나 ‘김태우’ 때는 TF를 꾸려 주도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한쪽 진영에 의해 정치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았기 때문에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대응이 늦어 보이더라도 드라이하게 다루기로 했었습니다.

 

진영 논리가 싸움이 되는 시작점, ‘댓글’
한세현(편집위원/SBS) ∷ 진영 논리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그런 이견이 ‘다툼’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그 시작점이 ‘댓글’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오현석(MBC) ∷ 저는 댓글이 기사 내용에 모두 동의하는 식으로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 기사는요. 앞서 얘기했듯이, 진영이 견고하게 나뉘어 있어서 ‘대체적인 동의’를 받기가 불가능한 것 같아요.

한세현(편집위원/SBS) ∷ 보도에 따른 시청자들 반응을 댓글로 인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기사인데도 포털사이트마다 달리는 댓글 내용이 다를 때가 잦았습니다. 상당수는 논리적인 얘기는 전혀 없이 그냥 “너희를 끝까지 파버리고 싶다” 이렇게 공격 아닌 공격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런 점은 안타까웠습니다.

김주영(편집위원/YTN) ∷ 양대 포털사이트 모두, 너무 한쪽으로 몰려 댓글을 다는 거 같긴 합니다. 기사를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해 받아들이기보단 ‘우리 편 목소리를 내주느냐?’가 중요한 가치로 판단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가령, 앞서 말씀하신 ‘최저임금에 대해 누가 그렇게 생각하느냐?’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으면 그게 또 하나의 여론이 되고, 늦게 기사를 본 분들은 또 제일 위에 있는 댓글을 통해 판단의 기준점을 갖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김문영(MBN) ∷ 정치 기사는 어떤 기사를 쓰든 댓글이 정파적으로 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극단적인 지지자들이 특히 댓글을 많이 다니까요. 저는 댓글에 관심을 두기보다, 우리의 정치 보도가 정치에 관심 없던 일반 시민에게까지 무관심 혹은 혐오만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경우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특종을 위해 검증이 덜 된 상태에서 내는 의혹성 보도 또는 2)정치인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따옴표 보도’가 그런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보도라고 봅니다. 특히 방송기사 한계상 상황 설명 없이 정치인들의 최대한 자극적인 말을 싱크로 찾아 쓰다 보니 서로를 비판하는 막말만이 보도됩니다.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

특집01-카톡1송형국(편집위원장/KBS) ∷ 싸움을 부추기는 부분과 ‘따옴표 보도’,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있는그대로 전달할 뿐인데, 그게 정치인이 의도한 갈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갈등의 과실’을 따먹으려고 의도적으로 망발을 쏟아낼 때 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문영(MBN) ∷ 어렵지만 진실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드루킹’이나 ‘혜경궁 김씨’ 등은 누구 말이 옳은지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은 고소·고발로이어지고 사법부 판단 몫으로 넘어가, 언론은 공방만 다루다가 역할이 사라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드라이한 사실 외 ‘진실’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연욱(KBS) ∷ 근데 그 진실이 무엇인지 참 판단하기 어려워요. 손혜원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김태우 폭로는 다 거짓인가? 이렇게 자문하면 사실 답이 없는 것 같아요. 5·18 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우리 사회가 합의한 상식에 대해서는 현직 국회의원이 몰상식한 발언을 일삼았다면, 그게 왜 망언인지 파고들어서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영(MBN) ∷ 저도 5·18 망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 문서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5·18북한군 개입설’은 이미 역사적으로 거짓이란 점이 검증됐지만, ‘미국 정부도 5·18 때 북한군 개입은 없다고 봤다’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는 보도했습니다. 미국 기밀해제 문서 중 기사화는 안 됐던 문서와 미국 국가기록보관소의 클린턴 도서관 클린턴 행정부 문서를 찾아서 썼고요.

한세현(편집위원/SBS) ∷ 저희도 그것과 관련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인용했는데 그런 노력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 다했는지, 그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싸우지 않으면 언론은 주목하지 않는다”
김문영(MBN) ∷ 도를 넘었다 싶은 과격한 발언을 언론이 자꾸 다뤄주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인지도만 높여지는 게 아닌가 싶을 때 있습니다. ‘센 발언’을 할 때 언론에 노출되는 걸 알고 그렇게 하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오현석(MBC) ∷ 저는 국회 기사가 정작 입법 보도에는 소홀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파업 직후만 해도, 정치부에서 상임위 중심으로 보도하자는 얘기가 오갔는데, 결국은 정당 간 싸움, 정쟁 중심으로 가더라고요.

김문영(MBM) ∷ 공감합니다. 일을 잘한 사람을 찾아 칭찬해주는 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발성 기사란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생채기만 내고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을지로 위원회는 방송사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지요.

정연욱(KBS) ∷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가령 을지로 위원회 같은 좋은 뉴스는 재미가 없다는 딜레마가 있기도 합니다.

김문영(MBN) ∷ 뉴스가 너무 재미만 따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초선 정치인들도 “정책적으로 일을 잘하거나 혹은 점잖은 의원들은 주목도가 높지 않아 재선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죠. 반대로 막말만 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데, 그럴 때면 ‘이런 게 정치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정치인들의 정치 행태에 저희 언론보도가 일조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김주영(편집위원/YTN) ∷ 저희도 일 잘하는 의원 기사를 기획으로 해보자는 얘기를 나눠보곤 했지만, 역시나 ‘재미’라는 벽에 부딪히긴 했습니다.

정연욱(KBS) ∷ 저희도 그랬죠. 취재부서 자체를 상임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비중 있게 논의가 오갔지만 잘 안 됐습니다. 언론은 싸움질만 보도하고, 그러니 정치인들은 매일 싸우고, 언론은 다시 그 싸움을 보도하고.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가 바뀐 만큼, ‘정치 보도’는 바뀌지 않았다

특집01-카톡2오현석(MBC) ∷ 저는 국회는 좀 바뀌었는데, 정치 기사는 그대로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김용균법)은 3당이 각자 안팎의 반대를 뚫고 합의 도출 과정 자체가 극적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보여준 기사는 드물었습니다.

김문영(MBN) ∷ 저희도 ‘주목 이 법안’이란 코너를 만들었는데 겨우 아침 뉴스용으로 들어갔습니다. 1주일에 1개씩 기사가 들어갔는데 두 달 넘게 가다가 결국은 좌초됐죠. 메인뉴스에서 의미 있는 어떤 활동이 있다면 다뤄줄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연욱(KBS) ∷ 저희도 ‘법안+현장’을 결합해보자는 시도로, 특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자세히 전달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도 생기더라고요. 자칫 그 정치인이 가진 부정적인 요소들을 탈색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거죠. 착하고 성실한 정치인이라고 광고해주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송형국(편집위원) ∷ 딜레마네요. 근데 알고 보면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도 많지 않나요? 발의한 거 보면 사회에 꼭 필요한 내용도 있고요. 그런 걸 찾아내 보도해야 다른 의원들도 더 분발할 텐데요.

정연욱(KBS) ∷ 맞아요. 사실 국회의원들이 들여다보면 일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는데, 맨날 싸우는 것만 보도하니까 유권자들도 국회의원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긴 거 같기도 해요.

오현석(MBC) ∷ 지난해 보건복지위 법안소위가 일주일 내내 오전, 오후 회의 돌리고 법안을 많이 처리했는데, 안 싸우니 기사 한 줄도 안 나온다는 얘기도 있었죠. (웃음)

 

앞으로 나아갈 길
오현석(MBC) ∷ 저는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월 선출직 평가 준비하는 모습 보면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간담회 실적이나 기록 다 제출해서 점수 받는 게 마치 수험생 같다고 할까요? 조찬모임 등을 통한 각종 정책 논의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우리 언론이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종종 합니다.

김주영(편집위원/YTN) ∷ 시민들은 국회가 많이 바뀌었다는 말도 공감 못 할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던 그대로라고 하겠죠. 언론사의 정치 보도 행태를 보자면, 과거와 그대로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게 아니라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간 거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오현석(MBC) ∷ 관성적인 보도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특히 정치 기사가 싸움에 집중하면 싸움을 조장하게 되고, 정책에 집중하면 정책을 조장하게 될 수 있으니 새로운 실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관성적으로 기사 써서 안전하게 가느니,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연욱(KBS) ∷ 기자가 공명정대,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결같이 직설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김문영(MBN) ∷ 악플이 달리는 데는 각 방송사의 이사 추천 등 구조에 따른 기본적인 불신도 한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 방송사는 이런 기사밖에 못 쓸 것’이란 생각이요. 그런 점에서 방송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Posted in 2019년 3.4월호, 특집 정치보도 어떻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