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회 지역뉴스부문_여론 무시 의정비 규정 위반 단독 연속보도_KBS춘천방송총국 김영준 기자

의정비 인상 결사 반대농촌 어르신들의 분노!

 

올해 처음 지방의회가 의정비, 정확히는 월정 수당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는 지방의회들이 30% 이상의 월정수당 인상 잠정 확정안들이 나왔다. 이유는 주민 여론을 수렴했더니 그 정도의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과연 그 논리가 맞는가?

 

강원도 인제의 한 농촌에 취재를 갔더니 KBS 카메라를 보자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하셨다. 의정비 인상 왜 하냐는 푸념들이었다. 이에 의정비와 관련해 취재를 시작했다. 실제 주민들의 여론은 많이 달랐다. 4년 임기동안 조례 제정 발의도 한번 하지 않는 얼굴(?)만 의원에게 의정비를 올려주는 것은 맞지 않고, 의정비를 3~40%씩 올릴만한 재정 여력도 없다는 지적이다.

 

의문은 간단하다. 의원들이 말하는 찬성 여론은 어디에 있는건가? 의정비 인상 찬성 주민 여론 수렴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고, 어떻게 반영됐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취재를 시작했다. 강원도 19개 의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19개 의회와 관련된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찾아서 분석했다. 읽고 또 읽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과정에서 의정비 결정에 주민 여론을 반영했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확인했다. 게다가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행정안전부의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 지침’을 위반한 사례도 나타났다.

 

수법은 교묘하고 몰염치했다.

 

전화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선택한 금액 범위 안에서 의정비를 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자치단체.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자치단체의 재정능력과 의정활동 실적 등은 전혀 언급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은 채 금액 맞추기식으로 정하거나, 임의적의 문구를 여론조사에 끼워 넣어 여론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경우, 의정비 인상 찬성자만을 패널로 불러놓고 이뤄진 공청회 등 갖가지 편법이 동원된 사실을 보도했다.

 

KBS의 연이은 보도에도 기초의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을 어긴 채 인상한 의정비를 확정했고, 이런 모습까지 후속 취재해 보도했다.

 

KBS 보도이후 행정안전부가 움직였다. 전국 기초 의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7개 기초의회가 적발됐다. 그 중 강원도 의회가 6곳이다 됐다. 강원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행안부의 시정 조치 이후 이들 지방의회는 조례 개정을 보류하거나, 재개정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장기적으로 현재의 의정비 결정에서 여론조사 수렴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강원도 인제지역 어르신들의 푸념에서 시작된 취재가 대한민국의 제도를 바꿀 수 있게 됐고, 지방의회가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인제지역 어르신에게서 “김 기자, 고생했네.” 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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