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회 기획보도부문_조용기 일가 30년 차명부동산_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_홍여진 기자

<두 얼굴의 목사님, 사모님, 총장님>

 

큰 싸움이 벌어질 지도 몰라.”

작년 8월, 같은 팀 선배가 커다란 쇼핑백에 한가득 담긴 자료를 내게 전달하며 비장한 표정으로 제보 내용을 말했다.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 그 교회에서 신처럼 추앙받는 조용기 목사가 세운 미국 베데스다대학에 십 수 년간 보내진 선교비가 조 목사 부인 김성혜 씨의 부동산 매입에 쓰였다는 의혹이었다.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미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인데 더 무엇을 취재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러나 자료를 보고 또 보면서 한 가지는 확실하게 정리됐다. 두 차례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선교비 용처에 대한 의혹이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

 

-8일 간의 미국 취재현장에 답이 있다

의혹을 풀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8일 간의 미국 출장. 출장비는 곧 시민 후원금이었으므로, 최대한 성과를 내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잠을 줄이고 줄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와 엘에이 카운티에 걸쳐 포진돼 있는 수십 개의 부동산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녔고, 동시에 베데스다대학의 전직 관계자들과 학생들을 수소문했다. 그 결과 선교비와 대학 돈으로 매입한 32건의 부동산이 검찰 수사내용에 나온 ‘교육 목적’과 전혀 다르게 사용됐거나, 차명이거나, 일부는 사용되지도 않은 채 매각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느 때처럼 ‘답’은 ‘현장’에 있었다. 어렵게 핵심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순복음교회 교인이자 전직 대학 직원이었던 한 핵심 관계자는 한 때는 신처럼 모셨던, 그리고 여전히 왕처럼 군림하는 조용기 목사 부인의 치부를 자신의 입으로 들춰내야한다는 사실에 아파했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선교비가 하나님의 뜻대로 쓰였으면 좋겠다면서 용기를 냈다. 걱정을 안고 떠난 출장길에서 확신을 얻고 돌아왔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국내 취재를 진행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김성혜 씨의 차명부동산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김 씨 자필문건들도 확보했다. 필적감정 결과, 그의 자필임이 확인됐을 때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교회에서, 학교에서 육탄전이 벌어진 이유

남은 과제는 반론을 듣는 일이었다. 조용기 목사도, 김성혜 씨도 철저하게 답변을 피했다. 지루한 뻗치기의 나날 끝에 김성혜 씨를 그의 자택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차 안으로 숨어 버렸다. 심지어 그의 수행비서가 질문을 막기 위해 기자의 옷가지를 뜯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을 보면서도, 차 안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설교 영상에서는 결코 보지 못했던 김 씨의 또 다른 얼굴이 새까맣게 썬팅된 창문 속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결국 김 씨의 답변은 듣지 못했지만, 그날 본 그의 표정은 <조용기 일가의 30년 차명부동산> 5편 취재를 이어가는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보도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뉴스타파에 어렵게 입을 열었던 취재원들이 진상조사위에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지금까지 잘못 사용된 헌금을 환수해 하나님의 뜻대로,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위해 써달라는 것이다. 이번 보도로 기자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고, 심지어 상도 받게 됐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해준 취재원들은 아직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빚진 기분이다. 그 빚을 갚을 때까지 조용기 일가의 차명부동산 추적을 계속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번 취재를 하면서 마음에 새긴 성경 구절을 하나를 조 목사 가족에게 전하고 싶다. 김성혜 씨가 4년 전 해외 설교에서 교인들에게 스스로 했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디모데전서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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