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회 뉴미디어부문_다문화교실 가보셨습니까-연속기획_KBS 변기성 기자

서울 한복판에 다문화 비율 70%인 학교가 있다고?

 

“서울 00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다문화 학교 안 맡으려고 난리라도 하더라”

지인 중 교사가 있었던 선배의 한 마디가 취재의 계기가 됐습니다. ‘설마 정말 그럴까, 어느 정도 심각하길래..’ 라는 생각으로 통계를 뽑아봤고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서울 대동초등학교의 다문화 비율은 71.5%. 정도는 달랐지만 이런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학생 수 10명 안팎의 시골 분교의 경우 이미 다문화 학생 비율이 100%인 곳도 있었습니다.

다문화 통계와 논문 등을 스크랩하던 중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고려인 4세인 남학생이 죽었는데, 이 아이의 패딩 옷을 입고 포토라인에 섰던 가해자의 모습에 파문이 컸습니다. 다문화 기획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전담 TF가 꾸려지고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학교에 카메라를 들이대다

학교 안 다문화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선 학교를 취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섭외가 난항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보수적 학교 분위기에 학생들이 미성년자였기에 인터뷰는 물론 촬영을 하려면 일일이 부모 동의도 필요했습니다. 일선 교사들도 문제의식에는 공감했지만, 카메라 앞에 서길 꺼렸습니다.

심지어 대안으로 소개하려고 했던 곳마저 섭외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우수 사례이자 본보기로 소개하겠다고 아무리 설득해봐도 촬영 협조 결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번복됐습니다.

진정성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 또 아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보도하겠다. 편견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보도 지양하겠다. 다문화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사회가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이런 얘기를 매번 다르게 포장해서 설득했습니다.

연이은 설득과 밀당 끝에 교문이 열렸습니다. 모자이크 처리, 음성 변조 등 제한적이긴 했지만, 인터뷰와 촬영에 대한 협조도 얻었습니다.

어렵게 들어선 학교 안에서 만난 아이들의 첫인상은 뜻밖에 평범했습니다. 아이들 80%가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한국 아이들’이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뭔가 특징적인 것을 찾기 위해 촬영기자와 온종일 학교에 머물며 아이들을 관찰했습니다. 5대 정도의 카메라를 돌리며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장난도 쳤습니다. 그러자 처음엔 경계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겉돌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도 한국문화사 서툰 중도입국 학생들이었습니다. 특히 공부가 어려워지고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고교로 진학할수록 문제가 커진다고 했습니다. 충격적인 학업 성취도에 대한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학교생활의 부적응 문제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파악됐습니다.

 

다문화 물결을 막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

사실 저는 다문화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다문화 정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한국인 아이들은 줄고 있는데 그 빈자리를 다문화 학생들이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도 있고 군 복무 중인 청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운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는데 있어 이번 보도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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