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방송기자대상_지역기획보도 부문_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 집중 보도_대구MBC 심병철 기자

멈출 수 없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 취재

대구MBC 심병철 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를 취재한다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 둬 너만 손해야”

  아주 친한 경찰 고위 관계자가 우리의 취재 계획을 듣고 내뱉은 첫말이었다. 나를 걱정하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신자만 50만 명이고 유력 언론사와 대학교 등 270여 개 공적기관을 운영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세력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해방 이후 한 번도 견제를 받지 않은 무소불위 권력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구대교구가 운영해 왔던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온갖 인권유린과 비리가 터져 나왔을 때도 지역 언론은 침묵했다. 부끄러웠고 참담했다. 우리들이 제대로 보도했더라면 최소한 단 한명이라도 희망원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나가지 않았을까?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부채의식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 취재는 시작되었다.

 

  취재진은 먼저 천주교 내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소문에 나섰다. 이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며 설득작업에 나섰고 추가적인 비리 제보를 하나씩 확보해 갔다. 그리고 보도를 이어나갔다. 관련 보도가 계속 되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부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고 다시 취재가 이어지는 패턴이 연속됐다.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천주교회 내부의 간절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폐쇄적인 천주교회 특성상 신부들의 제보를 이끌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제보는커녕 그들과 만나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난관을 해결하는 데는 시민사회단체와 개혁적인 천주교 신자들의 도움이 컸다. 그들은 대구MBC 취재진의 진정성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교회 내 신부들과의 가교 역할을 해줬다.

 

  취재가 시작된 지 약 1년 만인 2017년 12월, 마침내 취재진은 스모킹 건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구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 작성자는 다름 아닌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 총장신부였고 폭로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대학교에서 십여 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대구대교구로 보냈다는 것이 문건의 핵심 내용이다. 취재진은 먼저 전 총장신부를 상대로 문건의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고 대구대교구를 상대로 본격 취재를 시작했다. 문건 내용은 하나씩 사실로 드러났다. 교구 내 원로신부들이 조환길 대주교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교구 쇄신을 요구하는 편지도 추가로 입수했다. 교구 쇄신을 요구하는 편지의 내용도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전 방위적인 로비를 통해 기사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끝내 로비가 통하지 않자 2018년 2월 대구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소송까지 벌였다. 2개월간의 뜨거운 법정공방이 이어졌고 2018년 4월, 법원은 문건 내용이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고 취재진의 손을 들어 줬다. 그리고 마침내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본격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대구문화방송이 2년 동안 방송한 리포트는 모두 40여 건, 총 방송 시간 은 90분이 넘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금융기관 역할을 한 사목공제회의 돈세탁 의혹과 대구대교구 소유 골프장의 280억 원 대 불법 미인가 회원권 운영, 대구가톨릭대병원의 635억 원 부정회계 의혹,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수백 억 원 대 위법 사용,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가 대리인을 내세워 개인 장애인시설을 설립했다는 의혹 등이 주요 보도 내용이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신자들은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비리백화점이라고 부르며 탄식했다.

 

  취재진은 천주교 신자들과 사제들로부터 용기 있는 보도에 감사하다는 격려전화를 많이 받았다. 반면 항의 전화는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이번에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거듭나서 쇄신을 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쏟아냈다. 천주교 개혁연대는 취재진의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서울과 대구에서 2차례에 걸쳐 쇄신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천주교 쇄신을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간 것이다. 이번 보도가 천주교 개혁운동의 발화점이 된 것이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 문제가 단순한 종교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적기금이 들어가는 사업장의 횡령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아직 어떠한 수사도 받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의 비난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성역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분노하고 있고 조만간 조환길 대주교를 상대로 검찰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이번 보도로 취재진은 한국방송기자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주변으로부터 칭찬도 듣고 명예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마냥 즐거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겠다. 세월이 지나서 우리들이 사라지고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들만이 사는 세상이 됐을 때 모든 사람들이 우리 기사를 진실로 여길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다시 신발 끈을 매고 다음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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