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방송기자대상_기획보도 부문_가짜 학문 제조공장의 비밀_뉴스타파 신우열 기자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취재팀의 영업 비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신우열 기자

오래, 깊게, 넓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이하 뉴스타파)는 2018년 상반기부터 2019년 1월 현재까지 ‘가짜 학문 시장’ 문제를 탐사보도해 왔다. 뉴스타파 가짜 학문 취재팀(이하 취재팀)은 현재까지 열여섯 개의 보도물들을 통해 국내외 해적 학술단체들의 영업 방식을 폭로하고, 가짜 학문 시장 성행의 구조적인 원인을 심층 분석했다.
  먼저 취재팀은 2018년 상반기에 잠입, 데이터 수집·분석, 국제 공조를 해 국제 해적 학술단체 와셋(WASET) 문제를 탐사보도했다. 연구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실적 위주의 연구 풍토가 학계에 만연했다. 지난 10여 년간 4,000명 이상의 한국 학자들이 운영자의 금전적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이비 단체 와셋 주최 학술대회에 투고·참석하면서 국가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었다.
  뒤이어 취재팀은 인도인들이 운영 중인 ‘기업형 가짜 학회 네트워크’를 추적해 최근 4년 간 1천 300명 이상의 한국 학자들이 가짜 학술대회에 투고하고 참석해 온 사실과 국내 사립대 현직 교수가 주식회사와 역외 페이퍼 컴퍼니까지 만들어 국내외 여러 학술단체들을 운영하면서 수익 사업을 벌여 온 사실을 보도했다. 이를 통해 뉴스타파는 가짜 학문 문제가 이른바 ‘와셋 사태’에 국한된 게 아닌, 보다 넓고 깊은 문제임을 드러냈다.
  또한 취재팀은 단순히 가짜 학문 시장의 현황을 폭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해적 학술단체들의 영업 방식을 심층 분석해 유형화했고, 한국 학자들이 가짜 학문 시장의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사회문화적 원인들을 밝혀냈다. 더불어 뉴스타파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바람직한 학문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원 데이터(raw data)를 공개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대학 교수, 대학원생, 기업 및 정부 소속 연구원, 그리고 학계에 관심을 둔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연구 평가제도 개선 방안을 논하고, 서로 간 자발적인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사회에 역사하는 탐사보도

  뉴스타파의 가짜 학문 탐사보도는 학계 구성원들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을 도모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뉴스타파 보도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등의 연구 관리 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해 대규모 행정조치를 시행했다. 뉴스타파의 탐사보도는 대학 등의 연구 기관들의 제도 정비와 학계의 대대적 자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규모 제도적·정책적·문화적 변화는 뉴스타파의 탐사보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취재팀은 가짜 학문 이슈에 1년여 간 집중해 다양한 행위자들이 암묵적 혹은 노골적으로 맺은 관계의 한 고리가 아니라 망 전체를 드러냈다. 안일한 연구 관리 당국, 실적 중심주의에 휘둘리는 대학 등의 연구기관들, 규범적 기준이 오작동하는 학계, 부끄러움을 모르는 교수들과 그들을 닮아 가는 대학원생들. 그리고 사실 확인 없이 가짜 학문을 뉴스에 담아낸 기자들. 이들의 무책임이 얽히고설켜 가짜 학문 시장은 날이 갈수록 활성화됐고, 그 폐해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사회 문제의 대부분은 이와 같이 복잡한 관계망에 뿌리내리고 있다. 한 이슈를 오랫동안 깊고 넓게 파헤치는 탐사보도가 한국 언론계에 더욱 성행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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