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방송기자대상_기획보도부문_에버랜드 수상한 땅값과 삼성 경영권 승계_SBS 정명원 기자

특정 기업에 맞춰 작동하던 국가 시스템

SBS 정명원 기자

 

  지금까지의 방송 뉴스와는 내용도, 형식도, 깊이도 다른 탐사 뉴스를 만들어 보자며 꽤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가 8뉴스 <끝까지 판다>였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상파의 근엄한(?) 메인 뉴스에 과연 판다 캐릭터가 등판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 ‘판다’는 2018년 초, 8시뉴스에서 시청자들에게 첫 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판다’ 라는 구호 때문이었을까요? 돌이켜보니 2018년은 땅으로 시작해 땅으로 끝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에버랜드의 공시지가가 좀 이상한 것 같다’라는 한 마디 제보로 시작된 <끝까지 판다>팀의 탐사보도 여정은 길고, 험했습니다. 2천 개가 넘는 땅 조각들의 소유주와 가격 정보를 엑셀과 지도 프로그램에 하나 하나씩 입력하는 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공시지가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라는 짧디짧은 기사 한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공시지가에서 촉발된 취재는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 일가가 소유한 용인 땅의 훨씬 더먼 과거(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니 또 다른 큰 문제가 포착됐습니다. 땅의 애초 소유자와 최종 소유자를 하나하나 체크하다보니 ‘차명’의 실체가 드러났고, 이는 곧 할아버지부터 3대로 이어지는 상속과 증여의 문제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탐사보도 이후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고, 누가 이런 일을 주도했는지 명백하게 가려지길 기대합니다.

 

탐사보도 시리즈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하지만 묵직하게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전문가 그룹 내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바른 목소리를 내주신 교수님과 전문가 분들,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내부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은 제보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만약 이번 보도로 한국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단 1도라도 바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그 최초의 동력은 그분들의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다른 뉴스를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주저하지 않고 널찍한 판을 펼쳐준 보도본부의 리더십과 선배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존의 관성을 깨는 이런 결정이 없었더라면 보도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함께 만들었던 <끝까지판다>팀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가장 큰 상을 주신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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