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방송기자대상_뉴스 부문_비리 유치원 명단공개 연속보도_MBC 박소희 기자

아이들이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MBC 박소희 기자

사립유치원 3년이면 건물 산다?

  사립유치원들의 잇따른 비리는 ‘교육’이라는 공공의 영역에 ‘사익’이 결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정치하는 엄마들, 일선에서 사립 유치원과 끝없이 싸우며 감사를 이어갔던 경기도교육청 감사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기자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친인척을 동원해 수천만 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교사 월급은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아이들 급식비로 홍어회, 막걸리를 사 먹고 7080 라이브 클럽 같은 주점을 가고, 피부관리실, 미용실, 백화점을 가고, 차를 사고 땅을 사고 심지어 개인 공과금까지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수익을 낳는 도구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부실한 교구, 끔찍한 급식, 열악한 처우에 힘든 선생이 방임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아이들을 옥죄었습니다. ‘유치원’이라는 세계에서 ‘비영리 교육기관’은 사라지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 남아있었던 겁니다.

 

문 두드린 의원실만 네 곳

  단순히 비리고발에 그치지 말고 제도를 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처음 찾아갔던 A의원실에서 몇몇 지역구의 감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의원실로부터 A의원의 이름을 자료출처로 밝히지 말아달라는 뜻밖의 요구가 전해졌습니다. 법적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함께 싸울 의원이 필요했기에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의원을 찾아갔지만 B의원실은 “한유총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네 번째 문을 두드린 곳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입니다.
  박용진 의원 측이 선뜻 손잡아준 덕에 감사 자료를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난관은 계속됐습니다. 교육청의 소극적 태도, 명단 공개에 대한 내부법적 검토 등으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 3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10월 11일 첫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MBC는 이후 거의 매일 유치원 관련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보도 후 2주만에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유치원 3법도 발의됐습니다. 총리에 이어 대통령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국회 중 유치원 3법의 조속 처리를 약속하는 모습을 보며 취재한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변한 건 없습니다.

  11월 29일 한유총은 대규모 집회를 열며 유치원 3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치원 3법은 결국 국회 교육위 법안 심사소위에서 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패스트 트랙 즉 신속지정 안건으로 상정됐을 뿐입니다. 이대로 논의가 지지부진 하다면 발의 후 330일 지나서야 본회의에 상정될 것입니다.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유치원 비리 근절 문제는 이제 장기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저희가 깨려고 했던 그동안의 비리가 얼마나 단단한 뿌리를 박고 있었는지 뼈져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뗐고,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저희 보도에 보내주신 시청자의 응원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 응원을 마땅히 받아야 할 분들이 따로 있습니다. MBC 정치팀이 보도를 통해 소개했던 정치하는 엄마들, 교육청 감사관들, 박용진 의원실이 이번 상의 진짜 주역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올립니다.
  사학 비리 근절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할 때 아니라고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보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국민관심은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MBC 취재진은 이 분들과 함께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까지 이뤄져 교육이 공공의 영역에 안전하게 안착할 때까지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계로부터 외면 받아온 학부모와 시민들의 눈과 입이 되겠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공영방송 MBC가 추구해야 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는 기회가 됐습니다. 기득권이라는 이름으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 부당하게 누려왔던 이익에 맞서는 MBC 정치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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