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방송기자대상 심사평

2018 한국방송기자대상에는 7개 부문에서 총 74편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각 부문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우수한 작품들이 치열하게 경합한 결과, 모두 9편의 수상작을 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매달 심사를 주재한 입장에서 2018년 한 해를 돌아본다면 크게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상반기엔 SBS가 소위 ‘퀄리티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수준 높은 보도로 압도적으로 많은 수상을 했다면, 하반기엔 KBS와 MBC의 수상 빈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오랜 기간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공영방송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2018 한국방송기자대상의 심사는 지난 1년간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독자적 보도 여부, 사회적 영향력, 취재 역량 등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반드시 단독 보도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이슈를 의제화 하는 데에 얼마나 기여했고 현실적 변화를 어느 수준까지 견인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뉴스 부문에서는 단연 MBC의 ‘비리 유치원 명단공개 연속보도’가 심사위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실명 공개와 끈질긴 연속 보도를 통해 이번 사안이 구조적 문제인 동시에 사학과 관련한 정치의 문제임을 환기시키고 해법을 제시하는 등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시킨 훌륭한 보도라는 평가였습니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SBS의 ‘라돈 침대 단독보도’도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 영향을 주는 생활 속 공포를 다룬 좋은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획보도 부문은 SBS의 ‘에버랜드 수상한 땅값과 삼성 경영권 승계’와 뉴스타파의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됐습니다. SBS의 삼성 관련 보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그룹의 편법 상속의 이면을 깊이 있는 취재와 문제의식으로 심층 접근한 보도로서, 땅을 통해 편법 상속을 파헤친 점이 특히 돋보이는 보도였습니다.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보도였지만, 삼성의 편법 상속은 오래된 의제인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기존의 뉴스가 담아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독자적 의제화에 기여한 수작으로서 독일 기자와의 국제 공조 취재도 돋보였습니다. 소위 ‘약탈적’ 학술지와 와셋을 비롯한 가짜 학술대회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 취재와 보도를 통해 학문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2018년 내내 시민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심층 기획보도를 해 온 뉴스타파의 꾸준함과 치열한 문제의식을 높이 평가합니다.

 

경제보도 부문은 뉴스타파의 ‘보험의 배신 연속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보험에 관한 보도 자체가 드문 현실에서 100만 조회 수를 넘길 정도로 사회적 반향이 큰 심층 보도였습니다. 보험사의 이익극대화 전략의 이면을 다양한 취재와 사례를 통해 고발했으며, 특히 언론에 조명되지 않던 기업 보험과 손해사정사 문제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뉴미디어 부문은 YTN의 ‘사라진 방화: 화재 조사의 불편한 진실’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방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든 근본적 이유를 탐색한 뉴스 아이템 자체도 뛰어났고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도 잘 살린 좋은 보도라는 심사위원 다수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아깝게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SBS의 ‘공정이란 무엇인가’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정’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매크로한 이슈를 다룬 이 보도는 과징금 관련 공정위의 잣대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공정위원 카르텔 문제까지 다뤘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부문은 MBC충북의 ‘영상뉴스 <결>: 변하지 않는 가치’와 YTN의 ‘人터View’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MBC충북의 ’영상뉴스 <결>변하지 않는 가치’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무형문화재라는 뚜렷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는데, 사라져가는 장인 문화를 아름다운 영상과 압축적 스토리텔링으로 담아내어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YTN의 ‘人터View’는 비록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굴뚝 농성을 하는 파인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무거운 내용임에도, 관조적이고 차분한 영상이 시청자들의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역뉴스 부문은 대전MBC의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불법 매각 최초 및 연속 보도’와 G1 강원민방의 ‘강원대학교 병원 수술실 법 규정 위반 고발 연속보도’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대전MBC의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불법 매각 최초 및 연속보도’는 동사의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저장고 화재 은폐 사건’ 보도와 함께 핵 시설 및 폐기물에 대한 국가의 관리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허술한지 잘 보여주는 지역보도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G1 강원민방의 ‘강원대학교 병원 수술실 법 규정 위반 고발 연속보도’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대학병원의 수술실에서 어떤 위법 행위가 이루어지고 성희롱/성추행이 일어나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대학병원의 실태를 폭로한 보기 드문 지역보도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의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 집중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성역에 가까운 천주교 내부의 문제를 장기간 끈질긴 취재로 폭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천주교 개혁의 밑거름이 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천주교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등 여러 어려움을 뚫고 지역 언론사와 대학을 소유한 거대 종교권력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제기해 저널리즘의 본질과 기자정신을 일깨운 점은 독보적인 성과라 하겠습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은 특히 수준 높은 특별기획 다큐멘터리들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습니다. KBS광주의 ‘화순 칸데라 1946’, KBS순천의 ‘여순사건 70주년 특별기획 <낙인>, MBC경남의 ’끌려간 사람들: 지쿠호 50년의 기록‘ 등은 모두 수상작으로 결정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역사인식과 기획력,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2019년에도 지역 방송사의 수준 높은 기획보도들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2018 한국방송기자대상 심사과정을 돌아보면, 지난 1년간 수준 높은 보도들이 많아 부문별 수상작을 결정하기에 곤혹스러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2018년 뉴스의 가장 한 가운데에 있었던 남북문제, 남북-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같은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룬 수상작은 찾아볼 수 없어 매우 아쉽습니다. 2019년에도 방송뉴스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방송기자들의 치열한 문제의식이 적극적으로 발현된다면 각 부문에서 한층 수준 높은 보도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019년, 방송기자들의 건승과 분투를 기원합니다.

Posted in 연합회 소식, 한국방송기자대상, 한국방송기자대상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