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부장님 대신 ‘데이먼’

부장님 대신 ‘데이먼’

방송기자 1,2월호_발행인칼럼_사진메인

 

 

 

 

 

 

 

 

 

 

 

 

 

  방송기자 십여 명이 지난 11월, 다음 카카오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보 공유’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브리핑했습니다. 임원이든 신입사원이든 정보를 빠짐없이 공유해야 효율적이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사내에서 ‘브라이언’으로 불린다고 소개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영어 이름을 따로 갖고 있고, ‘님’이나 ‘께서’ 같은 존칭 없이 이름만 부른다는 것입니다. 상명하복을 연상시키는 존칭어를 빼고, 평등하게 소통해야 창의성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가 정착된 셈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은 오래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받아 들였습니다. ‘국장님’ ‘부장님’ 같은 직급과 위계에 따른 호칭 대신, 이름을 부릅니다. 공식 직함은 직급이 아니라, ‘재무책임자’ ‘엔지니어링 매니저’처럼 ‘하는 일’을 강조합니다. 수직적 위계를 강조하는 조직은 제조업 기반에는 적합하지만, IT 분야에서는 빠르고 유연한 결정이 중요하다는 통계와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 10월 독일 베를린에서는 언론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 짚어보는 DCX(디지털 콘텐츠 엑스포)가 열렸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지배하는 언론 생태계, ‘듀오 폴리Duopoly’를 벗어나야 한다는 큰 흐름 속에서, 다양한 스토리텔링 시도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대안으로 논의됐습니다. 언론사 보도국(Newsroom)의 위계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창의적인 취재와 제작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진지하게 논의됐습니다. 사고 현장 기자의 취재 결과를 무시한 선배의 권위가, 오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듯 보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8년 12월, 방송기자연합회 사무국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각자 ‘데이먼’ ‘엠마’ 등으로 영어 이름을 정했습니다. 부장 국장 같은 직함을 부르거나 ‘님’이나 ‘께서’같은 표현을 쓰면 벌금 1천 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다들 선배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나마 SNS에서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 작은 실험의 진정성이, 전국 방송사 보도국에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

Posted in 2019년 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발행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