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 ‘앵커로서 맞는 새해’] 정상화 뉴스 1년… 이젠 탐험에 나선다

정상화 뉴스 1년… 이젠 탐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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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종명앵커

 

 

 

 

  뉴스 진행을 맡고 3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전화기에 낯선 이름이 떴다. 1년 가야 한번 통화할까싶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TV에서 통 보이지 않던 동창이 TV에 매일 나오는 걸 보고 반가움에 전화했겠거니 짐작했다. “종명아, 나여” 우리는 충청도의 한 고등학교출신이다. “어, 오랜만이다” “잘 지내는 겨? 요즘은 어째 통 뉴스에 안 나오는 겨?” “??……??” “뭔일 또 있는 겨?” “아… 그게… 내가 이제 뉴스 진행을 하게 돼서 직접… 하지는 않어” ‘화낼 일은 아닌 거 같고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나?’ 혼란이 머릿속을 헝클었다. “… 아 그럼, 니가 9시 뉴스 앵커가 된 겨?” “… 우리 뉴스 8시 된지 쫌 됐는데 ^^;” 다음에 이어진 친구의 말은 어쩌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아 그려? 솔직히 내가 원래 뉴스를 잘 안 봐… 허허허” ‘원래 뉴스를 잘 안 본다는 얘기는 급조한 거 아녀?’ 묻고 싶었지만 나는 일부러 안도했다.

‘반성합니다’로 시작한 정상화 뉴스
  우리는 2017년 12월 8일,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들’이 내어준 보도국은 폐허였지만 뉴스는 어떻게든 해야 했다. 빈 구석이 많았고 뉴스에서 손을 놓았던 시간만큼 기사는 무디었다. 12월 26일, “MBC 뉴스를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첫 꼭지를 시작으로 ‘MBC 정상화 뉴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곳곳이 진통이었다. 주요 스트레이트 부서는 인력난에 허덕였고 그 부족한 인력들은 망가진 취재망을 복구해 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의 제자리’를 더듬어 찾아가며 하루하루의 뉴스를 채워갔다. 내부 갈등은 여전히 팽배했고 기사를 쓰며, 취재를 하며 갈등의 온도를 0.1도씩 낮추며 버텨내야했다.
  복귀 초기에 우리는 각오하고 있었다. 우리를 되찾기까지, ‘MBC 뉴스’라는 간판의 제 몫을 되찾기까지, 무엇보다 ‘신뢰’를 되찾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의 동물은 늘 침착할 수만은 없다. 잉여 또는 도구로 살던 우리들 틈으로 “역시 여기까지인가…” 하루 단위로 자괴하고 억울해하고 스스로 냉소하는 목소리가 스멀거렸다. 어느 기자는 “내 책상에 신경안정제 있으니까 필요한 사람 한 알씩 먹어”라며 농담으로 우리의 집단적 상처를 보듬었

다.

무너뜨린 자리에 밑돌부터 다시 쌓다
  그렇게 꼭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는 제법 강해졌다. ‘MBC DNA’라는 표현이 자만만은 아니었다. 복귀 초기, 골격만 유지하던 성을 마저 무너뜨리고 반년 넘게 터를 파기 시작했다. 밑돌을 하나씩 새로 쌓고 그 밑돌 위로 어떤 새로운 건물을 지을지, 설계도를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아쉬운 게 없어서 가능했다. 뉴스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기에 변화는 절박했다. ‘사람이 바뀌었다’는 우리만의 사정을 내세워 거세게 손을 흔들어 봐야 눈길을 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바뀌어야 할 건 뉴스’라는 사명감 같은 명제를 따르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지 않았다. 과감해지자고 제 몸에 채찍질도 했다.
  고발 기사의 새로운 문법을 탄생시킨 ‘바로 간다’, MBC 뉴스가 지향하는 방향을 비틀음 없이 표현한 ‘소수 의견’, 배부른 공급자가 던져주는 뉴스가 아니라 목마른 시청자에게 펜과 마이크를 맡긴 ‘당신이 뉴스입니다’, 길 위에서 답을 찾

겠다고 길로 나선 ‘로드맨’, 개인적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뉴스의 전형적 시도라고 평가하는 교감의 아이콘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비단 타이틀이 붙은 뉴스만 평가하자고 언급한 건 아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수평적 편집권’과 우리 전체를 자극하는 심정적 촉발제 때문에 가능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다. 비록 ‘하다 만’ 사례도 있지만 또 다른 발랄한 시도들이 지금도 멈춤없이 올라오는, 이런 꿈틀거림이 우리의 자괴를 용기로 전복시키고 있다.

2019년, ‘탐험’에 나서는 MBC 뉴스
2019년 MBC 뉴스는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 ‘탐험’이다. 그 끝에 물이 있을지, 모래만 있을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구성원 하나하나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우리는 꽤 거친 내부 논의 끝에 결정했다. 탐험의 출발선에 서 있는 나 역시 MBC 보도부문 구성원 중 하나로서 그 여정이 두렵기도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이기에 자랑스럽다. 나는 우리를 믿는다.

Posted in 2019년 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툭집 새출발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