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회 뉴스부문_- 울분 토한 ‘팀 킴’… ‘컬링 대부’ 김경두 일가 전횡 폭로

평창 올림픽 후 1년..부끄러운 자화상

 

가장 인간다워야 할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이 무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 킴’의 폭로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 영웅들의 짓밟힌 인권

 

컬링이라는 낯선 종목을 국내에 보급하고, 2006년 국내 최초 전용 경기장을 의성에 지어 선수들을 발굴한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그의 딸이자 여자팀 지도자인 김민정 감독, 그의 남편이자 김경두 씨의 사위인 장반석 경북체육회 감독은 평창올림픽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이들에게 지도를 받은 남자팀, 여자팀, 혼성팀 모두가 2017년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지도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었습니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 무렵 경북체육회 컬링 팀 내 김민정 감독과 주장 김은정 사이 갈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김민정 감독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복귀를 희망했고, 이를 김은정 주장이 선수단을 대표해 반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경두 씨의 횡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김경두 씨 측은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의 모함”이라며 자신과 그 가족들이 ‘피해자’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컬링경기연맹, 대한체육회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만 반복해 강조했습니다. 이를 취재하면서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전임 회장이 2017년 6월 궐위됐다는 사실, 이어 8월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언론 접촉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조직 사유화, 인권 침해 등에 관련한 후속 취재는 쉽게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도부의 인권 침해가 심해져,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이야기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더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SBS는 다양한 경로로 선수들이 처한 상황을 취재하려 애썼습니다. 결국 지난 11월, 선수들이 지도부의 전횡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곧바로 선수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선수들은 SBS와 인터뷰에서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동안 지도부로부터 인권 침해를 받았고, 지도부가 팀을 와해시키려한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계속 운동하고 싶다”며 울먹였습니다. 김경두 씨는 선수들의 의견을 폭언으로 묵살했고, 김민정 감독은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을 철저히 통제했으며, 올림픽 뒤에 선수들에게 전달되는 편지와 선물을 검열했다는 내용도 이어졌습니다. 또한 김민정 감독의 선수 복귀를 반대한 뒤 미운털이 박힌 김은정을 팀에서 제외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두 씨는 ‘관리’를 위해 ‘통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인권 보다 중요한 이권?

 

지도부가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한 이유가 가족의 이권 때문이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선수들은 김경두 씨가 의성 컬링 훈련원을 십수년간 독점 운영하며 선수 생명을 좌지우지해왔고, 지도부가 팀을 위한 지원금, 격려금, 상금 등을 불투명하게 관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각종 의혹과 관련해 해명을 듣기 위해 의성 훈련원에 내려가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김경두 씨를 만났지만 “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2월 4일, 김경두 씨는 급작스레 사과문을 내고 “가족과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 결과 12월 26일 현재, 김민정 감독과 장반석 감독, 아들 김민찬 선수 중에 사의를 밝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모두 월급까지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 측은 감사에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감사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SBS는 지속적인 취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 진정한 지지와 후원이 필요한 때

 

평창 올림픽이 끝난 지 1년 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우리의 모습은 심히 부끄럽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지원과 후원, 관심은 뚝 떨어졌고, 선수들의 현실은 말 그대로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모든 올림피언은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며 인간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동안 숱한 감동을 받으며 올림피언에게 적지 않은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은 더욱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체육 조직, 행정, 후원 문화가 보다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언론인으로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것이 제가 올림피언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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