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회 기획보도부문_나라 땅을 내 땅처럼..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도지’ 장사_MBC 이지수 기자

<나라 땅 장사꾼을 찾아서>

 

 

“나라 땅으로 소작 부리면서 돈 버는 사람들이 있대요”

지난 5월, 저녁자리에서 만난 취재원이 믿기 힘든 말을 내뱉었다. 농사를 짓겠다며 국유지를 빌려 실제로는 땅 없는 농민들에게 비싼 값에 임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가능해요?”

반문하는 내게 취재원은 “그럼 기자님이 한번 파보세요” 라며 웃었다.

‘얘기된다’ 싶었지만 막막했다. 지역도 모르고 누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차일피일 미루던 중 사내교육 때 들었던 ‘정보공개청구’ 강의가 떠올랐다. 곧장 관련법령을 찾아 국유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 혹시 몰라 조달청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임대중인 국유지 주소와 빌린 사람에 대한 정보, 빌린 면적, 지목 정보 등을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복권 발표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답변이 오길 기다렸다.

 

한달 뒤 받은 자료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국유지 주소는 ‘동’이나 ‘리’ 단위 까지만 표기가 됐고 빌린 사람 정보는 모두 비공개, 계약 갱신 횟수 등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았다. 데이터에 빠삭하다는 주변인들을 동원해 겨우 우회경로를 찾을 수 있었지만 주소지 12만 건 중 1천건 특정하는 데 꼬박 1주일이 걸렸다.

 

나라 땅 제일 많이 빌린 순서대로 정렬해 무작정 찾아갔다. 제일 많이 빌린 사람은 62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을 가지고 있었다. 강원도로 가는 취재차 안에서 ‘출장까지 신청했는데 안 되면 어떡하지’하며 내내 불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부터는 말 그대로 ‘발품팔이’의 반복이었다. 주소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 마을회관 어르신, 이장님들을 찾아다니면서 묻고 또 물었다. 조각을 맞춰보니 그림이 나왔다.

 

국유농지 관리가 엉망이었다. 한 사람이 빌릴 수 있는 토지면적에 대한 제한 규정도 없었고 한 번 빌리면 20년이고 30년이고 대대손손 먹고 살 수 있었다. 본인이 직접 경작한다면야 문제될 게 없었지만 공시지가의 1% 수준에 빌린 땅을 많게는 20배 가까이 불려 재임대 하고 있었다. 나라에서 빌린 권리를 돈 주고 사고 팔기도 했다. 정작 피해보는 건 땅 없는 농민들이었다. 캠코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기사가 나간 뒤 전국의 농민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고맙다”는 인사였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해코지 당할까봐 문제제기를 못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기획재정부와 캠코가 곧장 자료를 내고 대응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수십년 간 묵혔던 문제 일부가 이제 터졌을 뿐이다. 전수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오는지, 그동안 나라 땅으로 장사했던 사람들은 어떤 처분을 받는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사건기자가 탐사취재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준 회사에 감사하다. 막힐 때마다 길을 알려준 이호찬 캡과 김지경 바이스, 기사에 숨을 불어넣어준 조승원 팀장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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