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회 영상취재부문_人터view- 파인텍 굴뚝 고공 농성 “굴뚝 아래 세상은 괜찮습니까?”_YTN 시철우 기자

‘408+408’

파인텍 굴뚝 고공 농성, 참담한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아찔한 굴뚝에 올라 세상을 향해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고 강변하는 두 노동자가 땅에 발을 딛고 선 것이 언제였던가. 지난 11월 10일, 그들이 살고 있는 ‘굴뚝’ 1년을 조명한 [人터view] ‘파인텍 굴뚝 고공 농성 1년, 굴뚝 아래 세상은 괜찮습니까?’ 편이 방송될 때만 해도 야만의 시간이 더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홍기탁, 박준호 전국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 두 명이 굴뚝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지 24일로 408일이 되었다. 두 노동자를 굴뚝 아래서 지원하고 있는 차광호 파인텍 노조위원장이 지난 2014년~2015년 세운 세계 최장기 굴뚝 농성 기록인 408일과 같은 시간. 방송 당시 ‘408+365, 야만의 시간’으로 칭했던 숫자가 참담한 비극의 숫자가 되어버렸다. 또다시 408일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차광호 위원장은 오체투지로 청와대에서 목동까지 차가운 길바닥에 몸을 뉘었고, 현재 무기한 전면 단식에 돌입한 상태이다. 홍기탁, 박준호 등 굴뚝 위의 노동자들은 몸무게가 50kg 가까이 빠지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지난 10월 굴뚝 농성장을 찾았다. 파인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공정방송투쟁으로 오랜 시간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터라 다섯 명뿐인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취재도, 제작구성안을 만드는 것도 다른 언론보다 더뎠다. 취재와 구성 및 제작을 분리했다. 더디게 시작한 만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방대한 취재물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구성안을 만든 이상엽 기자의 노력으로 제작을 마칠 수 있었다. 새로운 팩트를 밝힌 것은 아니었지만 파인텍을 모르는 이가 이 뉴스를 접했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고, 귀를 기울이게 하고 싶었다. 그 진심이 조금은 닿았는지 우리가 만든 방송에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해주었다.

 

‘54321’

 

파인텍은 현재 노조원이 5명인 회사이다. 굴뚝 위에 두 명이 고공 농성 중이고, 굴뚝 아래 세 명이 굴뚝 위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파인텍 노조원들은 스타케미칼 소속이던 2014년 첫 번째 굴뚝 농성에 돌입한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굴뚝에 오르게 됐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이후 한국합섬, 스타케미칼, 파인텍 등 3번에 걸쳐 법인이 바뀌는 고통을 경험했다. 그동안 2번의 굴뚝 농성을 진행해야만 했다. 두 번째 굴뚝에 오른 지 1년이 지났고, 이제 첫 번째 굴뚝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되었다. 참담하고 비극적인 세계기록 경신이다.

 

“이제 굴뚝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굴뚝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걱정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굴뚝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노동자의 삶을 걱정합니다. 경영을 떠나 정치와 사법, 행정이 바뀌지 않으면 노동자는 언제든 비극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정작 굴뚝 아래 세상은 살기 괜찮습니까?”

홍기탁, 박준호 씨가 ‘노동의 위기’, ‘고용의 위기’에 빠진 2018년의 대한민국에 던지는 이 질문이 더 이상 이 땅에 ‘노동자로 태어난 죄’로 고통 받는 아픔을 없애는 데 작은 경종을 울릴 수 있길 바란다. 우리가 서로의 처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연대의 힘을 신뢰하게 된다면 2019년의 대한민국은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살기 괜찮은 곳이 되어있지 않을까?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수상할 정도로 우리가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파인텍 노동자들을 취재하고 제작하면서 가졌던 진심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다.

 

최악의 한파가 2018년 세밑을 꽁꽁 얼리고 있다. 408일이라는 비극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하염없이 흘러가고만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 한 집안의 가장인 두 사람이 굴뚝 위에서 최악의 상황을 견디고 있다. 부디 이 글이 인쇄되기 전에 야만의 숫자가 멈추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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