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회 지역 기획보도부문_끌려간 사람들 ‘지쿠호 50년의 기록’_MBC경남 정영민 기자

군함도징용 조선인 절반이 경남 출신

 

일제강점기 경남지역 징용 피해자 2세들과 지난 3월 일본 나가사키에 위치한 평화박물관이란 곳을 찾아 기록물 하나를 우연히 접했다. 기록물에는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 섬에 끌려간 조선인 300여 명 가운데 사망한 조선인의 절반이 경남 출신이라고 적혀 있었다.

 

천 미터 지하 탄광에서 압사를 당하거나 뇌진탕, 복합 골절, 족수마비 등 사망 원인도 다양했다. 이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시민단체들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일본으로 끌려가야만 했고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가? 영화나 일부 역사책의 단편적 이야기가 아닌 사실 그 자체를 찾아 세상에 밝혀내고 싶은 욕심은 8개월간의 제작물로 완성됐지만 그 결과물은 우리에게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강제 동원 최초의 기록물..75년만의 귀향!!

일본 최대 탄전 지대인 “지쿠호” 지방에 끌려간 조선인은 15만 명. 사라져가는 강제 노동의 역사를 찾기 위해 걷기 시작한 재일사학자 김광열 선생이 50년 동안 수집한 13만여 건의 기록물이 국가기록원에 비공개 기증된 사실을 확인해 단독 취재에 착수했다. 기록물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지쿠호 탄전지대 124개 탄광에 끌려온 조선인의 이름과 본적 등을 알 수 있는 ‘근로자 명부’와 보험료 징수 사실을 최초로 입증할 수 있는 ‘건강보험대장’ 그리고, 실제 노동자들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단체 숙박 영수증’ 등 국내 처음으로 공개하는 다양한 문서와 사진, 영상 자료가 포함 돼 있었다.

 

대법원 배상 판결이 이어져도 증거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징용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끌려갔고 얼마나 참혹한 노동에 종사했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밝힐 수 있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은 희귀 기록물을 통해 피해 진상 규명과

피해권리 구제, 관련 연구 공백까지 메꿔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김광열 선생이 일본 우익과 역사 왜곡에 맞서 밝혀낸 조선인 희생자는 2천 명. 찾아낸 유골만 500위에 이른다. 개인의 작업이라 믿기 어려운 방대한 기록물이었고 ‘재일 ‘였기에 더욱 힘들었던 일이었다. 그의 기록물은 한 마디로 勞多功少한 작업이었다. 찾아가고, 베껴 적고, 촬영하고, 녹음하고, 정리하고, 다시 찾아가고, 촬영하고 ..

 

그는 생전에 기록하는 것. 정확하게 바르게 기록하는 것. 그것을 전해 가는 것이야말로 조선인 희생자들에게 대한 위령이 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들이 참된 평화와 우호를 위해 나설 수 있는 단서로 된다고 믿었다.

 

70여 년 전 조선인 징용의 흔적을 추적해 잃어버린 역사의 퍼즐을 맞춰간 김광열 선생의 기록물을 통해 아직까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유골 봉환 문제 등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기 위한 과제는 우리 몫임을 일깨워줬다.MBC경남은 후속 취재로‘경남은 일제 강점기 요새였다.’ 를 연중 기획물로 준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는 또 다른 징용의 현장임을 밝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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