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회 뉴미디어부문_공정이란 무엇인가 연속보도_SBS 심영구 기자

 

공정이란 무엇인가를 묻

 

전직 위원장 3명을 포함해 고위간부 12명이 무더기로 재판받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연 퇴직자 채용 압박 문제뿐이었을까 싶었다.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기관 이름에 ‘가치’를 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였기에 더 궁금했다. 그럼 공정위의 본래 업무는? ‘공정위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이 질문 하나로 시작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데이터저널리즘팀에 오면서 새삼 그렇구나 싶었던 속담이다. 우리는 공정위의 대표적인 제재 수단인 과징금을 살펴보기로 했는데 막연했다. 공정위 홈페이지에 과징금 처분 의결서는 다 게시돼 있었다. 문제는 그 의결서를 언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어떤 내용을 중점으로 살펴보고 정리할 것인가였다. 시험 삼아 최근 3년 치를 정리해봤다. 결과는 의미 있겠다는 것. 그러면 공정위가 출범한 1981년부터 38년 간 전수분석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시작점을 잡을 것인가. 논의 끝에 2000년 이후부터 19년 간 주요 과징금 사건을 위주로 정리하기로 했다.

 

착수는 했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간신히 19년 치를 마치니 빠뜨린 항목이 있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했다. 현행 과징금 체계의 틀이 마련된 2004년부터로 기준을 재설정하면서 그 전의 4년 데이터는 다 정리하고도 배제해야 했다. 데이터의 정제와 검증, 다시 또 정제와 검증은 늘 겪는 일이지만 매번 진이 빠지는 건 다르지 않다.

 

그런 지루한 과정을 거쳐 기사를 냈다. 14년 간 주요 과징금 사건에서 공정위가 평균 52%씩 과징금을 할인해줬다는 것, 특히 위원들 재량이 큰 3차 조정에서 47%나 할인이 집중됐다는 것, 위원장에 따라 40% 넘는 편차가 발생했다는 것, 한해에만 8번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 공정위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상당수는 퇴직 후 대기업과 로펌행을 택해 심판을 내리다가 곧바로 변호하는 쪽으로 변신하고 있었다는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공정위는 법을 위반하진 않았다. 하지만 공정하지도 않았다. 기사가 친절하지 않고 장황하며 읽기 편하지 않다는 지적, 공정위의 숱한 중요 업무 중 과징금 부분은 사소한 단면인데 그 부분 부각에 그쳤다는 비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원래 공정위 과징금은 깎아주는 것이라는 반박에 대해서는 기사에 담았듯 감경이나 가중의 구체적 기준이 나와있는 1차, 2차에서는 소폭조정해 놓고, 유독 3차에서만 과도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문제를 중점 지적했다고 답하겠다.

 

데이터저널리즘 팀은 다른 신생 팀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늘 갖고 있다. 꾸준히 더 좋은 기사를 쓰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팀의 원동력이 될 것 같다.

 

함께 자료를 보고 또 보고 오류를 잡고 또 잡아냈던 김학휘, 안혜민 기자, 방대한 양의 그래픽을 한눈에 알기 쉽게, 깔끔하게 디자인하고 인터랙티브 그래픽까지 개발한 김그리나 디자이너, 전 부문을 두루두루 도왔던 윤현영 인턴 없이는 중도에 포기했을 작업이었다. 의미 있는 기사라며 격려해주고 방향을 잡아준 이주형 부장과 진송민 데스크 덕분에 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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