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회 지역 뉴스부문_ 대전 시내버스 비리 연속보도_TJB 최은호 기자

 

대전의 한 시내버스 운수업체 소속 버스운전원 A 씨가 회사 보도국으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5월, 운행 중 사고를 냈는데 회사에서 개인합의금을 준비하라며 큰 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신용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건넸지만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사고 발생 하루 만에 ‘1,500만 원의 개인합의금’이 확정된 점, 사용처와 개인합의를 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회사 측 주장을 확인해봐야 했습니다.

 

버스운전원인 제보자에게 1,500만 원을 개인계좌로 송금받은 운수업체 담당과장을 만났습니다. 1,500만 원 중 개인합의금으로 8명에게 600만 원 정도를 송금했다며 그 내역까지 취재진에게 확인시켜줬습니다. 저는 제보자에게 넘겨받은 실제 승객 15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한명 씩 전화해 합의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물론 담당과장에게 합의금을 받았다는 승객은 없었습니다. 담당과장의 해명은 경찰수사결과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담당과장은 실제 승객이 아닌 본인의 처남과 그 친구들 계좌로 송금하면서 승객에게 보낸 것처럼 허위로 꾸몄지만 경찰까지 속일 수는 없었고 결국 입건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업체 측의 거짓 해명을 하나씩 밝혀나가는 것도 취재에 있어 어려웠지만 기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절차였습니다.

 

제보자가 소속된 운수업체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사고를 낸 운전원에게 개인합의를 강요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취재 중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평소 다른 취재를 하면서 일면식이 있던 운전원 등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다른 운전원 등을 소개받았고 한명, 두명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커다란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관행이라는 탈을 쓴 대전시내버스 업계의 비리가 10년 이상 유지돼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제보자는 사고를 낸 기사에게 개인합의를 강요하고 또 그 금액을 빼돌린 사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운수업체에 속한 운전원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를 토로했습니다. 이번 경찰 수사로 운수업체 대표와 사고처리과장 등 4명이 입건됐지만 개인의 일탈이 아닌 시내버스 업계의 오래된 비리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관행이라는 탈을 쓰고 10년 이상 지속된 업체 측의 부당한 요구에 상대적 약자인 운전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또 업체들의 비리를 눈감아준 대전시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싶었습니다. 이번 연속보도를 기회로 사고처리 책임을 운전원에게 전가하고 돈을 빼돌리기까지 하는 비리는 더 이상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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