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

발행인칼럼_산림청 특수진화대_출처(산림청)

 

 

 

 

 

 

 

 

 

 

 

회장님

 

 

 

 

 

 “아빠 언제 와?”
다섯 살인 둘째는 아직도 아빠가 자주 오지 못하는 데 적응이 안 됐는지, 저녁 통화 때마다 묻는다.
어쩌다 비 오는 밤에 집에 가면
“아빠 내일도 새벽에 나가?… 가면 언제 와?”
“…비 내리면 올게”
아이를 달래며 무거운 발길로 집을 나선다.
아내는 저녁마다 뉴스 일기예보를 빠짐없이 챙겨본다. 그러다 비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온 가족이 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음이 항상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비오는 날을 꿈꾸는 가족’ 이라는 젊은 아빠의 글입니다. 그는 산불을 끄는 특수 진화대에 근무하는 산림청 직원입니다. 그의 글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아이고, 불 끄다가 죽을 뻔 했데이!’
갑자기 발생한 돌풍으로 양쪽에서 수관화樹冠火가 덮쳐 갇힐 뻔한 상황.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나무의 잎과 가지가 타는 수관화는 가장 위험한 산불이다.
낮부터 새벽까지 끼니도 잊은 채, 힘들고 긴 사투를 벌인 동료들. 가방에 준비한 초콜릿과 생수를 비상식량 삼아 허기를 달랬다.
너무 지쳐 식욕마저 사치처럼 느껴진다. 뒤늦게 투입된 동료가 
식은 김밥을 건넨다. 기진맥진해 있으면서도
산불을 진화한 안도감에, 재투성이 얼굴로 환한 웃음
을 짓는다. 특수 진화대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재 묻은 밥’을 먹어보지 
않았다면, 산림에 대해 논하지 말라.

  산림청 특수진화대에는 노총각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나흘에서 길게는 1주일까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면, 현장의 마을회관에서 쪽잠을 자면서 버터야 합니다. 휴대전화가 배터리 부족이나 통신사정으로 터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연애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산불 진화에 매진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기도 하고, 처가의 경조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답니다.

  특수 진화대 요원들은 지난 10월말 산림청을 방문한 방송기자들에게 서운한 점을 털어놓았습니다. 산림청 특수 진화대와 항공본부가 헬기와 장비를 동원해 목숨을 걸고 산불을 끄는데, 적잖은 기자들이 진화의 주체를 ‘소방당국’으로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진화현장에 접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가로 산불이 번질 경우에 대비해 출동한 소방차를 상대로 취재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산불을 끌 산림청 인력도 부족한데, 현장 주변의 취재에 응할 수 없는 현실이란 얘깁니다. 산림청 대변인은 산불 신고와 상황은, 산림청 종합상황실(042-481-4119)로 연락해 달라고 언급했습니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간간이 비가 내려주기를…

Posted in 2018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발행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