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D포럼 2018] 언론사 포럼도 진화한다

[SBS D포럼 2018]

언론사 포럼도 진화한다

<SBS D포럼 2018>, 또 다른 플랫폼으로서 용기를 내다

SBS D포럼 메인

 

 

 

 

 

 

 

 

이정애 기자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이슈, 정면 승부

지난 11월 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SBS D포럼 2018>이 열렸다. SBS D포럼은 SBS가 2004년부터 실시한 사회 공헌 지식 나눔 프로젝트로 서울디지털포럼과 미래한국리포트를 융합·발전시킨 서울 디지털 포럼(Seoul Digital Forum, 이하 SDF) 시즌2다. 올해 SBS D포럼의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으로 미투me-too, 갑질 폭로 등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시민사회의 변화를 다뤘다. 연구를 통해 왜 이러한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 그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부당함에 반발하기 위한 목소리가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여다보고자 고심했다.

  SBS D포럼은 빠른 성장을 위해 희생해온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연사 또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의 성폭력을 폭로해 글로벌 미투를 일으킨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배우 로즈 맥고완Rose McGowan, 국내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낸 최영미 시인, 그리고 경제 권력의 갑질을 폭로한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공동대표를 대표 연사로 초청했다. 이러한 문제는 민감한 이슈지만 우리 사회가 정면으로 대하기를 피해왔던 문제며 국가가 나선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사안이다.

  제작진은 이번 포럼을 통해 특정 조직이나 단체, 혹은 더 힘 있는 누군가에 의해 어느 누구도 이용되거나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어쩌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전체를 바꾸는 것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한 긴 여정을 함께 시작하자고 전하고 싶었다. 글로벌 미투의 주인공 로즈 맥고완은 미투가 남녀의 대결이 아니라 권력과 불평등의 문제며 약자를 둘러싼 폭력이면서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많은 고정된 성 역할이 우리에게 잘못 각인돼 왔는지를 자각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모더레이터로 나선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은 피해자들이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용기를 낸 일인지를 인지해야 하며 더 많은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야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제2의 피해를 보지 않게 법적·제도적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기술 영역 세션에서는 ‘대량 살상 수학 무기’의 저자 캐시 오닐Cathy O’neil 박사가 빅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지는 알고리즘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세션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레이그 샹크Craig Shank 글로벌 정책그룹 총괄 부사장은 개인이 바뀌면서 소비자도, 또 기업 내 구성원 하나하나도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기업도 바뀌기 시작한 사례를 ‘책임 혁신’과 연결하여 이야기했다.

 

귀빈석을 뒤로 뺀 구조 변화-연사, 청중 모두 다양성 강화

  SBS D포럼에서 용기를 낸 또 하나의 시도는 포럼장의 모든 좌석에 차별을 두지 않고 개막식의 소위 귀빈석을 맨 뒤로 빼낸 것이다. 보통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경제 5단체장 등 가장 늦게 와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았다가 가장 먼저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자리인데, 귀빈석을 뒤로 빼냄으로서 일찍 와서 오래 함께하는 청중들이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구조를 바꿨다. 과연 반응이 어떨까 싶었는데 모두가 만족했던 시도였다.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

  포럼 자체도 규모나 외연의 치중보다는 언론으로서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그 화두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먼저 고민했다. 올해 포럼의 연사는 교수, 배우, 시인, 노조 대표, 래퍼, 대학생, 기업인, 기자, 작가, 국민가수까지 세대와 분야, 성별과 직종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사들이 무대를 채웠고 다뤄진 방식도 연구발표부터 강연, 패널 토의, 대담, 콘서트까지 다양했다. 연사들의 연령도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울렀다. 또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표 외국 연사 둘이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처음, 휠체어를 탄 청중도 참석하기 시작한 것도 운영자로서는 큰 기쁨이다.

 

방송사 포럼으로서의 자존심

  SBS D포럼은 공공재인 전파를 빌려 쓰는 지상파 방송사인 SBS가 사회 공헌 목적으로 기획하는 지식 나눔 프로젝트인 만큼 방송사가 하는 포럼이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방송기술의 전문성을 살려 소극장 형식의 무대를 영상 LED로 270도 감싸고, 음악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촬영의 노하우를 살려 래퍼 빈첸, 키디비, 그리고 김창완 밴드까지 가수들의 세션을 토크와 음악을 함께 담아냄으로써 주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다른 포럼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SBS D포럼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과거 SDF와 미래한국리포트에 항상 참석했던 한 관객은, SBS D포럼이 머리에 혹은 마음에만 담고 있던 주제를 끄집어내 주어 감사했고 일방적인 내용 전달이 아닌 청중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좋았다고 한다. 가야 할 길은 있는데 지름길은 없는, 그래서 같이 가는 길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메시지가 남았다는 그의 후기는 우리 제작진에게 준비 기간의 힘듦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 다가왔다.

  SBS D포럼은 SDF의 시즌 2로서 새로운 시작이다. SBS D포럼이 뉴스나 보도 제작 프로그램과는 다른,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화두를 제시하고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서 이 시대 필요한 언론사의 또 다른 플랫폼으로서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in 2018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