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보도본부는 개편중] KBS-진정한 ‘통합 뉴스룸’을 위하여

디지털 시대, 최적화 보도 조직을 찾아서

방송기자 11월, 12월_특집04_KBS_통합 뉴스룸1

 

 

 

 

 

 

 

 

 

 

 

이광열기자

 

 

 

 

  현재 KBS 보도 조직의 명칭은 ‘통합 뉴스룸’이다. 그렇다. 방송과 디지털, 어느 플랫폼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멀티 플랫폼에 효율적으로 뉴스를 전달하겠다는 조직 형태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작동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방송뉴스 중심이고, 모두가 메인뉴스인 <뉴스 9>만을 바라보고 달린다. 디지털 플랫폼의 콘텐츠는 몇 명 되지도 않는 디지털 뉴스부가 여전히 허덕이며 메우고 있다. 오히려 통합이라는 핑계로 이전에는 보도국과 동급이었던 디지털 뉴스국이 통합 뉴스룸의 하부로 들어가 위상과 역할만 축소되었을 뿐이다.

  이 해괴한 조직은 전임 사장 시절이었던 2년 5개월 전에 만들어졌다. 전임 사장은 창세기에 나오는 신도 아닌데, 마치 “통합 뉴스룸이 되어라”라는 말 한마디로 보도 조직이 통합 뉴스룸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보도국의 이름만 바꿨다 뿐이지, 방송뉴스에 맞춰져 있는 취재부서 등 조직의 속성과 일하는 방식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저 디지털과 보도 영상 조직을 통합 뉴스룸 밑의 주간 단위로 흡수시켜 말 그대로 조직을 ‘통합’시킨 게 전부였다. 게다가 조직의 성격이 바뀌었으면 통합 뉴스룸의 수장 역시 각 플랫폼의 속성과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인사를 물색해 임명해야 했건만 디지털에는 별 관심도 없던 당시 보도국장을 그대로 유임시키고 말았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통합’의 시너지가 일어날 리 만무했다.

‘멀티 플랫폼 KBS뉴스’를 위한 통합 뉴스룸
  전임 사장이 보도 조직을 ‘무늬만 통합 뉴스룸’으로 만든 까닭에 통합 뉴스룸의 가치 지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기는커녕 이도 저도 아닌 조직 형태에 대한 의구심과 냉소만 번졌다. 실질적으로 통합 운영의 효과가 전무하다 보니, 이전과 같이 보도국과 디지털 뉴스국을 분리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의견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방송과 디지털에서 양질의 뉴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직의 형태로 통합 뉴스룸만이 정답은 아니다. 통합 뉴스룸의 형태가 최선이냐, 아니면 분리해서 각각의 플랫폼과 플랫폼별 타깃 이용자층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냐는 여전히 가치와 철학, 전략 방향에 따라 의견이 나뉠 수 있다. 다만, 인력과 자원 그리고 리소스가 제한된 환경에서 통합 뉴스룸이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는 ‘효율적’인 조직이라는 점만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상파 뉴스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더 그러하다.

  전임 사장 시절 어설프게 만들었던 통합 뉴스룸을 다시 ‘보도국’으로 회귀하는 것보다는 통합 뉴스룸을 그 이름에 걸맞게 바로 세우는 것이 우리가 새 체제의 보도 조직을 설계하는 데 있어 우선으로 신경 써야 할 과제다. 방송뉴스를 가장 잘하기 위한 용도로 설계된 보도국 조직에 디지털 뉴스 조직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두 플랫폼, 나아가 앞으로 확장될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

취재부서 재편도 키워드는 ‘디지털’
  통합 뉴스룸의 하위이자, 보도 조직의 핵심인 취재부서 재편의 방향성 역시 통합 뉴스룸의 지향점과 다르지 않다. 오랜 세월 정치-경제-사회를 중심으로 유지해 온 방송사의 취재부서 편제 역시 미디어 환경 변화 과정에서 일정한 한계를 노출해 왔다.

  현재의 취재부서 구성은 ‘방송뉴스’에 최적화된 형태다. 형식으로 보면 1분 20초의 리포트로 전달하기 적절한 아이템을, 타깃으로 보면 특정 세그먼트가 아닌 보편적인 시청자에 소구되는 소재를 주로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뉴스 이용자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아이템임에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방송뉴스만을 업의 목적으로 삼는 상황에서, 어떤 취재부서는 디지털 시장에서 강한 소구력을 갖는 영역을 맡고 있음에도 뉴스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곤 한다.

  현재의 취재부서 구조가 맞닥뜨린 또 다른 한계는, 제도 언론을 위주로 정보접근이 제한돼 있던 시절 만들어진 출입처 중심 구조다. 정보 유통이 자유로워져 정보가 넘쳐나고 일반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권이 높아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이는 또 다른 족쇄가 되고 있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부서 운영이 이용자들의 다채로운 정보 욕구를 소화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입처 중심의 취재부서 편제를 과감히 탈피하고 이슈 중심의 팀제로 취재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조직 개편에 서둘러 나서지 못한 까닭
  사실 이런 고민은 이미 지난해 파업 기간에 KBS 기자협회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가 되었다. 당시 기자협회는 두 개의 TF를 운영하며 파업 이후 KBS 뉴스를 재건할 방안에 대해 고민을 모았는데, 그중 하나가 조직 개혁 TF였다. 조직 개혁 TF는 파업 기간에 수시로 모여 숙의를 거친 끝에 지난 2월, 향후 KBS 보도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통합 뉴스룸의 완성과 팀제 중심의 취재부서 재편 등 전술했던 내용이 대부분 포함됐다.
  지난 4월, 새로 들어선 회사 수뇌부 역시 이런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조직개편이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만드는 중차대한 일임도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아직 조직개편의 밑그림조차 나오지 못한 것은, 새 리더십이 가진 권한의 기한이 일단 전임 사장의 짧은 잔여임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보도 조직을 포함한 KBS의 조직개편은 사장이 연임에 성공해 안정적 임기를 확보한 뒤에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우리는 좀 더 길고 깊이 있는 호흡으로 보도 조직의 재설계 안을 그려나갈 것이다. 뚜렷한 정답 없이 긴 고민을 지속하고 있는데,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Posted in 2018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