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보도본부는 개편중] YTN-무엇을, 누구를 위해 보도할 것인가

YTN 혁신, 출입처에서 출발해 공동체를 향하다

YTN메인

 

 

 

 

 

 

 

 

노종면 지원팀장

 

 

 

 

 

  2005년 가을, 창사 10년을 맞이한 YTN이 보도 콘텐츠 혁신을 모색했다. 당시의 물음은 하나였다.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모든 방송사들이 표본으로 삼고 있던 백화점식 종합뉴스에서 벗어나 이슈에 집중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삼자고 했다. 90초짜리 리포트를 쪼개고 늘리고 재조합해서 다양한 형식의 보도 콘텐츠를 생산하자 했다. 텍스트의 장식품이었던 영상과 그래픽을 독자적인 콘텐츠 영역으로 개척하고 취재기자 외에 촬영기자, 편집PD, 앵커 등에게 독자적인 콘텐츠 생산 권한을 부여하자고 했다. 이런 제안은 회사의 공식 혁신안으로 채택되어 YTN이 창사 후 첫 번째 성장기를 구가하는 거름으로 쓰였다. 

  2018년 가을, YTN은 다시 혁신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05년의 혁신은 성장이 목적이었고 고민의 수준도 다분히 실리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생존이 걸려 있다. 10년의 갈등을 겪은 조직이, 10년 전보다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진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에 명과 운을 걸어 보는 중이다. 그래서 물음도 달라져야 할 밖에.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 ‘누구를 위해 보도할 것인가?’

생존을 위한 혁신과 상식을 위한 공론
  YTN의 혁신안은 성안이 되기까지 아홉 달이 걸렸다. 물음에 답을 찾는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답은 시대와 사회가 이미 찾아준 줄 알고 있다. 언론인 중 누군들 그 답을 모를까. 길찾기가 어려울 뿐이다. YTN이 찾은 길은 탄탄대로는 아닐지언정 미로도 아니다. 그저 상식과 순리대로 가는 길. 이해관계나 막연한 거부감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상황만 경계하면 찾을 수 있는 길이다. 독단은 물론이고 다수결도 아니어야 하고 공론으로만 열 수 있는 길이다. YTN 혁신안이 실행되게 할 책무를 안고 있는 보직자로서 말하건대 YTN은 그리 했다 자부한다. 기존의 조직체계, 기존의 제작방식, 기존의 인력운용 어느 부문에서든 유지를 하는 것이 맞는지 묻고 왜 유지해야 하는지, 왜 바꿔야 하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판단하는 모든 과정이 공론이었다. 불만과 냉소, 묻지마 지지를 논거 있는 찬·반과 구별하고, 결론이 도출된 뒤에 는 설명과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

맥락을 쫓는 보도, 공동체를 위한 보도
  이리 해서 마련된 혁신안은 사실과 맥락을 쫓아 진실에 접근해 가는 보도, 공동체를 위한 보도를 지향한다. 그 길에서 만나는 첫 과제는 YTN의 보도 인력이면 누구나 월급값을 하게 하는 일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YTN에서는 대략 50대에 접어들면 펜과 카메라를 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회사가 이른바 ‘시니어 그룹’에 생산적인 역할을 부여하지 못했고, 대신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일없는 보직자’, ‘이름뿐인 선임기자’를 양산해 왔다. 이들을 보도 일선에 배치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성과를 내기보다는 조직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가 높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깊어도 보도 일선에서 역할을 하게 하는 일, 너무 당연해서 혁신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혁신 과제다. YTN은 혁신안을 적용한 최근 인사에서 ‘시니어 그룹’을 대거 보도 일선에 배치했다. 각 단위 조직의 이질적인 구성을 피하기 위해 ‘시니어 그룹’이 전담하는 조직을 따로 두는 조직개편을 인사와 함께 단행했다. 앞으로 YTN의 주요 출입처 중 상당수는 ‘시니어 그룹’이 전담하게 되고, 보도국 내 모든 야근 전담 조직에도 이들이 투입된다.

혁신을 향한 고민의 출발은 ‘출입처’
  YTN 혁신안은 두 번째 과제로 출입처 제도의 정상화를 제시하고 있다. 언론이 권력의 심장부에 들어가 취재하는 것을 보장하는 출입처 제도는 그 취지가 퇴색하여 권력과의 유착, 받아쓰기, 발표 저널리즘 등의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다만 현재 인력구성의 양적, 질적 한계를 감안해 단계적인 접근을 선택했다. 우선 YTN은 일정한 취재 분야에 ‘출입처와 취재원 밀착 취재를 통한 권력감시의 강화’ 임무를 부여했다. 또 일정한 분야에는 ‘보도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와 특화’를 주문했다.

  혁신안이 강조하고 있는 세 번째 과제는 출입처와 무관한 취재조직을 규모있게 확보하는 일이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은 언론사마다 비슷한 보도를 생산하게 한다. 사회부에서 몇 년 동안 바닥에서 박박 기어본 기자들에게 이른바 ‘좋은 출입처’는 꿈 아닌 꿈이다. 혁신의 중심 동력이어야 할 젊은 기자들 상당수는 이제 겨우 ‘좋은 출입처’를 바라볼 연차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기존 출입처 취재 방식의 변화는 가혹할 수도 있다. 출입처와 무관하게 취재를 하라하면 막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YTN은 기획과 탐사를 담당할 취재조직을 대부분
희망자로 구성했다.

최고의 ‘킬러 콘텐츠’는 제작 자율성
  혁신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킬러 콘텐츠’에 관한 물음이 자주 나왔다. 2005년 혁신안에서는 새로운 콘텐츠의 모델을 아예 제작까지 해서 제시했으나 지금의 혁신안은 콘텐츠의 모델에 관한 한 ‘제작 자율성 보장’을 확인하는 선, 딱 거기까지였다. YTN 내부에 2005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민과 모색이 들끓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특정한 틀에 가두는 시도가 무모할 뿐 아니라 무익하리라 판단했다. 

  혁신안을 실행하는 첫걸음부터 장애가 만만치 않다. 해직사태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 적지 않은 취재 인력이 퇴사, 장기휴직 등으로 이탈했다. 때문에 밀착, 특화, 기획, 탐사 등의 과제를 담당할 조직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그럼에도 혁신은 선포되었고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변명이 끼어들 틈은 없다. 평가는 공동체의 주인, 시민이 한다. 그들을 위한 보도, 이 하나의 잣대로 승부를 볼 뿐이다

Posted in 2018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