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노트]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스위스에서는 지난 3월부터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지 못합니다. 먼저 기절시킨 다음 죽이고 나서 끓이도록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웬 한가한 소리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세계를 제로섬 게임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려 애쓰는 사회는 약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합니다. 이 같은 법 개정은 ‘우리 사회는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방치하지 않는다.’라는 선언이 되어, 구성원들의 규범에 영향을 미치고 혐오의 자리를 좁히는 데에도 기여합니다. 

  뜬금없이 동물권 이야기를 꺼낸 것은 기존의 취재 시스템으로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사안들을 맞아 우리는 몇 명의 담당기자가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약자 관련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촛불 혁명을 전후로 성차별 이슈의 비중이 급속히 높아졌고, 청년 일자리와 주거, 비정규직, 고령화 관련 사안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지만 보도본부 조직은 과거 매스미디어 시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권력기관과 대기업 위주로 형성된 출입처 중심의 취재 조직으로는 21세기에 대응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닥쳐온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일자리, 과세, 기본소득 문제와 깊이 연관됩니다. 기존의 IT기업 출입 기자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초고속으로 진행 중인 고령화는 경제활동과 인구구조, 복지, 문화산업, 세대격차의 문제들과 두루 얽힙니다. 사건 챙기느라 분주한 사회부 기자들이 폭염이나 혹한을 맞아 기획하는 일회성 보도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지향과 철학을 가진 언론이라면, 에너지 산업은 물론 축산업과 생태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순수과학을 소홀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 딜레마가 복잡하고 어려워질수록 성장 위주의 담론보다는 나와 다른 입장이 되어볼 필요가 커집니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21세기적 수요도 여기에 있을 터입니다. 취재 조직의 분야별 비중을 돌아볼 대목은 많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방송 4사 보도본부의 조직개편 움직임을 특집으로 취합했습니다. 보안상의 이유, 좀 더 검토를 거쳐야 할 문제 등으로 원고에 담지 못한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만, 과감히 버릴 것과 취할 것,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원고도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실험과 도전을 두려워하는 무거운 조직일수록 스스로 개혁하기보다 개혁을 당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기자들의 최우선 명제인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가능하다면, 그 힘은 자력으로 이뤄낸 혁신과 그로부터 확보된 성숙한 시민들의 지지에서 나올 것입니다.

송형국 본지 편집위원장 (KBS)

Posted in 2018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편집자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