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회 지역뉴스 부문_사라지는 고대 유적 문화재 발굴제의 민낯_MBC충북 정재영 기자

사라지는 고대 유적 문화재 발굴제의 민낯

 

“보존은 무슨 보존입니까. 길어야 일주일 뒤면 사라질 겁니다.

 

1,300년 만에 세상에 나온 신라시대 관도 발굴현장에서 들은 책임자의 자조 섞인 한마디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발견된 것도, 산 정상부에서 발굴된 것도 처음이라는 문화재청의 대대적인 발표 이면에는 문화재의 보존여부가 개발행위에 따라 좌우되는 발굴제도의 민낯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당장 사라질 위기에 놓인 문화재의 항변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발굴 지역이 충청북도가 조성하는 산업단지 예정 부지다보니 도 산하기관인 충북문화재연구원과 개발당사자인 충북개발공사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보도로 인해 문제점이 드러나고 가치가 알려지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문화재 분야를 취재하기 위해 관련법과 고시, 논문을 뒤져가며 공부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자의 도움으로 발굴과정 전반을 알 수 있는 비공개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건을 토대로 우선순위가 바뀐 문화재 발굴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자의적인 해석이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전문가 자문이 필요했는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는 대학 교수 네 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개발자의 편의를 위해 횟수 제한마저 없애버린 ‘부분 완료’제도와 ‘발굴 비용 부담’문제, 엉망인 관리가 결국 문화재 보존결정을 꺼리게 만드는 현실까지 짚어낼 수 있었습니다.
7차례에 걸친 연속보도는 모두 충북에서만 방송됐지만 반향은 컸습니다.

문화재청은 모든 보도를 지켜봤고 문제점을 공감한다며 이례적으로 고시 개정에 착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전국 17개 시도에 보존 유적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보도를 통해 부실 관리가 드러난 충청북도와 청주시에는 전수 점검이후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청주시는 관리에 나섰고 모든 보존 유적에 안내판을세우기로 했습니다.

 

연속 보도를 통해 일부나마 신라 관도를 보존할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이 사라져 뒷맛은 개운하지 않습니다. 문화재는 국가 소유인만큼 발굴부터 보존 관리까지 국가의 비용과 책임 하에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발굴 자체에만 관심을 둘 뿐 유적이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보존될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은 타 매체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발굴제도의 구조적 모순이 바로잡혀 개발행위에 밀려있던 문화재가 제 가치를 인정받고 보존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MBC충북도 꾸준히 관심 갖고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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